-日 최근 강조한 ‘신외교ㆍ1등외교’ 자평 속에서도 韓 빠져 -시정연설서 ‘북한 러브콜’ 뒤엔 한반도문제 고립피하기 의도 -강제징용 등 현안 입장차 여전…’코리아 패싱‘에 뒷말 난무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 “전후(2차대전 이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을 진행할 것”(2019년 1월 신년사), “외교는 일본 역사상 지금이 1등이라고 생각한다”(2018년 1월 일본 방송 출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각각 올해초와 지난해 자국 외교에 대해 자평한 말이다. 그 속에 한국은 없었다. 신년사에서 언급한 ‘외교 총결산’ 속엔 미국ㆍ중국ㆍ러시아가 들어갔다. 지난 28일 시정연설엔 ‘북한’이 주요 키워드로 대체됐다. 역시 한국은 없었다. 주변 3강과 ‘+1’에 한국 대신 북한이 들어간 것이다. 왜 그럴까.
▶북을 택한 이유 “소외되기 싫다”=외교가에선 아베 총리가 ‘한국 패싱’과 동시에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비핵화 논의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국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식으로든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이러한 정세 속에서 일본은 당연히 홀로 고립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분석했다.
적어도 북한 문제를 놓고 볼 때 일본의 고립 우려는 상상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수차례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는 전기를 맞았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은 최근 1년 간 김 위원장을 네 차례나 만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북한 최고지도자를 공식 초청했다.
반면 일본은 최근 스웨덴에서 열린 ‘북한 핵 담판’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초대도 못 받았다.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겸 북핵 수석은 결국 스톡홀름 현지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지 못했다고 아사히 신문은최근 보도한 바 있다. 가나스기 국장은 최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ㆍ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모인 회의장 밖에서 결과를 ‘귀동냥’해야 했다는 게 외교가의 귀띔이다. 아베 총리가 시정연설에서 사실상 노골적으로 북한에 ‘구애’를 해야 했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상황이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선 일본에게 ‘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북한 측 요구사항과 맞물릴 수도 있어서다. 테리 연구원은 “일본이 대북제재 완화 논의를 제안한다면, 대북 제재를 타개해야 하는 김 위원장이 아베 총리와 마주 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2년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본의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평양서 만난 사례를 들었다.
제임스 줌왈트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도 비핵화 과정에서 일본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핵 기술 부문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시설을 사찰하면 일본의 핵 전문가들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일부러(?) 무시한 이유는=비핵화 논의에서 일본이 사실상 배제당하는 상황이 되자 아베 총리가 꺼낸 또 하나의 카드는 ‘한국’이다. 의도적인 ‘무시 전술’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한 차례만 언급했다. 그것도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먼저 거론한 뒤 북한 관련 이슈를 말하면서 살짝 걸치는 식이었다.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목표 실현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해 연대하겠다고 입에 담은 것이 전부다.
아베 총리는 특히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새 시대 근린(주변과 친밀한) 외교를 펼치겠다”면서도 그 대상으로 한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배경으로는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양국 현안에서 불거진 입장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지난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서 양측은 특히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문제를 가장 밀도있게 논의했다고 한다. 다만 결론은 사실상 ‘평행선’을 확인했을 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일본 기업이 한국 판결 결과에 승복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은 이번 판결이 1965년 맺어진 한일청구권협정에 반한다는 기본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관계가 어렵지만, 그런 현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단계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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