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주차, 카드 문제 해결하는 게 급선무” 지적 -“온누리상품권 없어도 볼거리 먹거리 있으면 가요” -전문가들 “매력적인 콘텐트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게 중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주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해요. 시장 한번 오려면 큰맘 먹어야 한다니까요.”
“카드 받는 곳을 늘렸으면 좋겠어요. 굳이 현금이 없는 날엔 안가게 돼요.”
설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이들은 주차문제, 위생문제, 환불 및 교환 문제, 결제 문제 등 전통시장의 불편함부터 없애는 게 급선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단골들조차 시장에 가기를 꺼려지게 하는 걸림돌부터 없애야 새 손님들도 찾을 수 있다는 요구였다.
손님들은 전통시장은 입구부터 주차 문제로 쉽게 들어오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4일 오후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만난 나모(63) 씨는 “15년 단골이지만 주차장이 넓지 않아 차 세우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전통시장을 좋아하는 나도 주차 때문에 힘든데 젊은 이들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장 내부의 위생과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통시장도 청결해야 손님 입장에서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의견도 많았다. 설날에 먹을 전과 떡을 사러 시장에 왔다는 주부 강다래(38) 씨는 “전통시장은 직접 눈앞에서 부친 전, 갓 뽑은 가래떡을 살 수 있어 좋다”면서도 “시장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깨끗하지 못한 곳도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무조건 현대화할 필요는 없지만 요즘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청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추위와 더위조차도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에서는 물건의 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데다 오랜 시간 장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구로구에 사는 윤모(53) 씨는 “오늘은 그나마 날이 많이 춥지 않아 다행이지만 너무 추운 날엔 시장에 나가기 어렵다. 내 돈을 쓰고 물건을 사는데 누가 몸을 덜덜 떨면서 장을 보겠느냐”고 말했다.
상인들도 손님들의 불만을 모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곳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최대한 청결하게 유지하고 카드단말기도 설치하는 등 자체적으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시장이 오래돼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은 전통시장 내 불편한 요인들을 없애 문턱을 낮춘 다음 사람들을 오랫동안 머물게 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누리상품권 5~10% 할인이 아니더라도 시장 안에 지갑을 열만한 히트 상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저절로 찾는다는 얘기였다.

실제 2일 오후 찾은 강원도 속초중앙시장은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장 입구부터 온라인에서 유명한 닭강정집, 오징어순대 가게를 찾은 손님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유명 가게가 시장의 랜드마크가 돼 사람들을 유인했고 시장 안에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해산물, 과 각종 분식 등이 먹음직스럽게 전시해 손님들의 발길을 끌었다. 이날 속초중앙시장에서 만난 나모(56·고양시 거주)씨는 “평소 전통시장을 잘 안가는 편인데 정신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1시간동안 쥐포, 김, 오징어를 샀다. 백화점처럼 마음껏 시식하게 하고 카드를 받아 편리했다. 대형 주차장도 있어 주차하기도 쉬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꼽은 전통시장 살리는 방법 어디에도 ‘온누리상품권’과 같은 현금 지원은 없었다. 이들은 전통시장만이 가진 정겨움을 살리되,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 한다면 얼마든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단순 현금 지원이 아닌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온누리상품권을 줄 테니 시장을 찾으라는 정책은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반시장적인 정책”이라며 “다른 나라의 경우 전통시장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주거나 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통시장이 사람들에게 ‘찾고 싶은’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지, 인위적인 현금 지원으로는 결코 전통시장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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