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보 사태 이후 EU 벤치마크법 수준 법 제정 시급 - 내년부턴 금리스와프시장서 유럽계 사라질 위기 - 5월 EU 행정부 교체도 관건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주요 금융지표를 법으로 관리하는 ‘금융거래지표법’ 제정도 표류하고 있다. 이대로 올해를 넘기면 CD 금리 등을 기반으로 한 유럽계 금융사와의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연 1000조원에 이르는 거래가 사라지는 셈이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및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0월 금융거래지표법을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 정무위에서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금융거래지표법은 CD금리나 코스피200, 코픽스 등 민간에서 산출하는 금융거래지표를 법으로 관리, 해당 지표 산출기관을 지정하고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부정 사용시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관련 지표를 왜곡ㆍ조작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이득이나 회피한 손실의 2배 이상ㆍ5배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이 법이 도입된 배경은 유럽연합(EU)의 새로운 규제체계 때문이다. EU는 2012년 ‘리보 조작사태’ 이후 민간에서 산출하는 주요 금융거래 지표를 법(벤치마크법)으로 관리하고 EU 소속 금융회사는 2020년부터 EU로부터 승인받은 지표만 사용하도록 했다.

EU 벤치마크법에 따르면, EU 금융회사가 한국과 CD금리 등 금융거래지표를 활용한 거래를 실시할 때 ▷EU 금융회사가 한국 지표를 직접 보증하거나 ▷국내 금융거래지표 산출기관이 지표 타당성을 EU에 인증받거나 ▷벤치마크법과 유사한 국내 법률을 마련해 동등성을 인정받아야만 거래할 수 있다. 정부는 이 중 국내 법률 마련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으로 판단, 벤치마크법과 유사한 관련 법을 발의한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말 정무위에 출석, “2020년부터는 EU 금융회사들이 승인받지 않은 외국지표를 활용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금융거래가 금지된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자칫 실기(失期)할 수 있다는 조바심이 역력하다. 법을 제정하더라도 EU로부터 등록절차를 완료해야만 내년에도 차질없이 거래할 수 있다. 문제는 현 EU 행정부와 관련 논의를 진행했는데, 오는 5월부터 유럽의회 선거 등으로 EU행정부가 교체기에 접어든다는 점이다.

EU 벤치마크법에 따라 영향을 받을 금융지표로는 CD금리, 코스피200 등이 꼽힌다. 특히 CD금리는 국내외 금융기관의 원화 금리스와프 거래의 준거 금리로 사용되고 있다. CD금리가 EU 등록 절차를 밟지 못하면, 내년부턴 금리스와프 시장에서 유럽계 은행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금리스와프 시장은 시장 규모가 5600조원(지난해 3분기 말 잔액 기준)에 이른다. 이 중 유럽계 금융기관이 약 30% 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루빨리 법이 제정돼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며 “제때 EU 승인을 받지 않으면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