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고의성 유무 향후 쟁점 -확신 없었다 해도 ‘미필적 고의’ 인정될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23년 만에 법정에 서는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형사 처벌을 받을 지 관심이 쏠린다. 향후 재판에서는 전 씨가 사자명예훼손 혐의 고의성이 있었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는 전 씨 사건을 심리 중이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사자명예훼손죄는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성립요건이 엄격하다. 일반 명예훼손죄는 유포 내용이 사실이라도 성립할 수 있지만,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만 처벌한다. 형법 제308조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취지의 ‘전두환 회고록’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검토했다. 우선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2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헬기 사격이 존재했다고 결론 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 건물 내부에 있는 탄흔을 분석한 결과, 헬기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했다. 아울러 검찰은 미국대사관 비밀전문에 시민을 향해 헬기 사격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고 실제로 헬기에서 총격이 이뤄졌다고 기록된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성은 사자명예훼손죄와 명예훼손죄 모두 동일하게 요구하는 조건이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적시된 내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형법 제309조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다. ‘전두환 회고록’의 경우 출판·배포를 금지 당했지만 이미 초판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에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 씨 측은 고의성을 부인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자료와 기록 등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은 부인하기 힘든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헬기 사격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전씨는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고 기술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 판례 등을 토대로 전 씨의 고의성 부분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고록 출간 3개월 전에 이미 국과수가 헬기 사격을 인정한 감정 결과를 발표한 만큼, 헬기 사격이 없었다고 단정적으로 기술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넓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필적 고의는 결과 발생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그 가능성을 감수하고 범행을 저지른 경우 인정된다. 대한변협 허윤 수석부대변인(법무법인 예율 변호사)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을 지 예측만해도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데, 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와 영향을 미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역사적 사실로 인정되고 있는 헬기 사격의 존재 자체만 보더라도 당시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그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 씨의 변호는 정주교(61·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가 맡았다. 2007년 한나라당 국민검증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2009년 보수 성향의 법조인 단체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 대표를 지냈다. 재판장인 장 판사는 충남 보령 출신으로, 주로 대전 지역에서 판사로 재직했다. 2015년 국회 파견 판사로 일하다 지난 2월부터 광주지법 형사단독 판사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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