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주범 데릭 옹 ‘인도 요청’ 보내면 현지 법원에서 송환 결정 -도이치증권 국내 법인과 임원은 1심 유죄 판결 항소심에서 뒤집혀 -주범 국내 들어오면 주가조작 ‘공모관계’ 구체적으로 밝혀질 듯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9년 전 주식투자자들에게 1400억 대 손실을 안긴 ‘도이치 옵션 쇼크’ 사태의 주범이 해외에서 붙잡히면서 뒤늦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오현철)는 도이치은행 홍콩지점 차익거래팀장 겸 상무였던 데릭 옹(45)에 대해 ‘긴급 인도 구속’을 청구했다고 3일 밝혔다. 옹은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1일 검거됐다. 긴급인도구속은 도망칠 우려가 있어 범죄인을 체포하거나 구금한 상태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조치다. 검찰이 법무부를 통해 이 요청을 보내면 옹은 인도네시아에서 45일 간 구금된다. 이후 법무부에서 송환 절차를 밝고, 인도네시아 법원은 재판을 열어 옹을 우리나라로 보낼지 판단하게 된다.

‘도이치 옵션쇼크’ 주가조작 사건 주범은 옹을 포함한 외국인 3명이지만, 정작 제대로 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2011년 8월 옹을 비롯한 도이치은행 관계자 3명과 한국도이치증권 파생상품 담당 박모(46) 상무, 국내법인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외국인 3명이 자취를 감추면서 뒤늦게 박 씨와 한국도이치증권만 1,2심 판결을 받았다. 박 씨와 도이치증권은 2016년 1심에서 각각 징역 5년과 벌금 15억을 선고받았지만, 지난해 항소심에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에서 사건을 심리 중이다.

도이치 옵션쇼크 피해자 소송을 맡았던 김형우 대륙아주 변호사는 “옹의 검거가 박 씨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박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범행 과정에서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내역이 충분한 증거로 인정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데릭 옹을 통해 직접 내역을 확인해볼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범행을 주도한 옹에 대해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압수됐던 메신저에서 투기적 포지션을 언급하고 시장충격이 어느 정도일지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객관적인 증거들이 있었다”며 혐의입증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9년간 재판이 진행되면서 법원 판단논리와 변호인단의 논리, 검찰의 논리가 모두 공개돼 준비를 철저히 하고 외국인 피고인들과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도이치은행은 2010년 11월 당시 주식시장 마감 직전인 오후 2시 50분~3시경 주식 2조 4400억 원 어치를 내다 팔아 코스피지수가 53.12포인트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14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이때 옹과 외국인 3명 등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파생상품(풋옵션)을 미리 사두고 주식을 대량 팔아 이익을 볼 계획을 한국도이치증권 파생상품 담당 상무 박 씨와 메신저로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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