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많을 걸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응이다. 전체 검사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말하기 힘들겠지만, 최근 만난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그 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어하는 검사들이 ‘제법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전국적인 조직 내에서 상명하복, 승진 및 주요 보직 등에 대한 스트레스와 거리를 두고 수사에만 전념하고 싶어하는 검사들이 많다는 얘기다. 다만 이 부장검사는 한 가지 걸리는 문제를 조심스럽게 짚었다. 바로 ‘임기’다. 이 부장검사는 “공수처에 갔다가 복귀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자리를 옮기는 걸 결정하는데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 설치법)’에는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3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최대 9년이다. 공수처 검사는 9년 이후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최근 여야 4당의 공수처 합의사항에 따르면 기소권이 부여되는 대상은 판사, 검사, 경찰의 경무관급 이상 등으로 사실상 법조계 고위공직자에 한해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공수처 검사는 10년도 안돼 일적으로 다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상대로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다. 검찰로 복귀했을 경우는 당연하고, 공수처를 나와 변호사 개업을 해도 여전히 법원, 검찰과는 뗄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 법조계 일각에서 정치적 중립성, 수사 공정성과 독립성 등 공수처의 기본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공수처 검사가 평생을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정년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 검사의)정년을 보장한다면, 우수하고 소신 있는 검사가 많이 지원할 것”이라며 “보완 장치로 5년이나 7년 마다 (공수처 검사에 대한)적격심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는 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대상 안건)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96년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관련 법안이 발의되며 공수처 설치 논의가 이어져 왔다. 최근 정치권 논의는 공수처 신설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공수처의 권한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이다. 공수처 자체를 반대하기엔 국민 여론상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기소권 문제가 공수처와 관련해 최대 쟁점으로 부각돼 왔고, 여야 4당 합의로 제한적 기소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공수처 설치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더라도 현재 법안 내용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심의와 법사위 검토에만 최장 270일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같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또다시 여야가 기소권 문제로 옥신각신할 수 있지만, 정작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일할 검사들의 임기 문제가 재정비돼야 한다.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20대 국회가 시작되고 처음 접수된 시민단체의 입법청원에는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따로 정하지 않고 정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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