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협상할 준비 돼있다고 생각 안해” -비건, 예정된 약식회견 취소…北 미사일 고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여정이 험난하기만 하다. 북한은 9일 닷새만에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쏘아 올렸고, 미국은 북한 화물선 압류와 선박 몰수 민사소송 제기로 대응에 나섰다. 심각한 것은 작년부터 ‘톱 다운’ 방식을 통해 한반도정세를 추동해 온 남북미 정상 사이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간극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진두지휘한 자리에서 사뭇 ‘결기’를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 위원장이 참관에서 “조성된 정세의 요구와 당의 전략적 의도에 맞게 전연(전방)과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전투임무 수행능력을 더욱 제고하고 그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기의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북미 비핵화협상이 교착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투동원태세와 강력한 물리적 힘을 지속 추구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앞서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바람이 불면 파도가 일기마련이듯이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단 신중론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는 그들(북한)이 협상하길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협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서도 “나는 그들이 협상할 준비가 돼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우리는 잘 살펴보고 있다. 지켜보자. 지켜보자”며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협상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심각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지난 4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 때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보다 다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미 행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미 법무부는 이날 북한 최대 벌크선 가운데 하나인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북한 석탄을 불법 선적하고 중장비 수송에 사용한 혐의로 압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미 국방부가 북한의 이번 단거리미사일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금지한 탄도미사일로 규정함에 따라 향후 추가 제재 논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취임 2주년을 맞아 북한으로부터 미사일국면을 넘겨받은 문재인 대통령도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측에 경고하고 싶다”고 했다. 작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한반도 대화기류가 형성된 이후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경고’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첫 번째 발사체 도발 이후에도 여야 대표 회동까지 제안하며 공들인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도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방한중으로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워킹그룹회의 뒤 예정된 약식회견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예방시 모두발언 공개 계획을 모두 취소해 눈길을 끌었다. 외교가 안팎에선 북한의 전날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고려한 조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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