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국가인권위원회는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관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의 자백을 강요하며 진술거부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 재발 방지를 권고했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의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헌법 제12조 제2항은 진술거부권을 보장하고 있고,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의 관련 규정을 판단기준에 비추어보면, 경찰관이 피의자신문과정에서 진술을 강요하거나 진술의 임의성을 잃게 할 염려가 있는 언동을 함으로써 피의자의 진술할 권리, 진술을 거부할 권리 등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A 씨는 지난해 10월 8일 긴급체포 된 이후 28시간 50분(열람시간 포함)동안 총 4차례의 피의자조사를 받았는데 피의자신문조서 기록상으로는 경찰관이 총 62회(1차 1회, 2차, 0회, 3차 5회, 4차 56회)에 걸쳐 피해자의 진술이 거짓말이 아니냐고 되묻거나 ‘거짓말하지 말라’ 혹은 ‘거짓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그위와 같은 경찰관의 거짓말 발언은 피해자가 피의자로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진술할 때나 피의자 진술 자체를 부정하는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는 것으로 현행 형사사법체계가 인정하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의자신문은 체포 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임의조사에 해당하고, 이 과정에서 설사 명백한 증거가 있더라도 피의자 진술과 배치되는 객관적 진실은 그 자체로 피의자 진술을 탄핵하는 증거로서 가능한 것이지 피의자의 자백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이를 근거로 압박과 강요를 하는 것이 합리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날 결정문을 통해 “B경찰서장에게, 피진정인 C에 대해 주의조치하고, 향후 유사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소속 직원들에 대하여 피의자신문조서 작성과정에서 피의자 진술의 임의성 확보를 위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었고 언론사의 취재 등으로 국민에게 상당히 알려진 사건으로 피의사실 공표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피의자의 이름,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까지 상세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인권위는 국민들의 관심사는 국가 주요기반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지, 공적인 인물이 아닌 이주 노동자의 신상정보라고 보기 어려우며 설사 국민적 관심사가 개인의 개인정보에 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수사기관 스스로 무죄추정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공표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지난 해 10월 7일 발생한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하여 경찰이 A 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을 하며 반복적으로 “거짓말 하는 거 아닌가요?”라면서 진술을 강요했고, 언론사 기자들에게 피해자의 이름, 국적, 나이, 성별 및 비자의 종류를 기재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여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했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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