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건설 신개념 M&A성공
조건부우선매수 제도 활용
경쟁입찰과 수의계약 조화
“DIP금융 독려 장치 늘려야”
“회생기업 투자 시장 내 사모펀드(PEF)와 같은 자본시장 선수들에 대한 참여 유인이 커지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구조조정팀을 이끌고 있는 김철만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개했다.
율촌 구조조정팀은 국내 최초의 조건부우선매수인(스토킹 호스) 방식에 의한 회생절차 인수합병(M&A)인 한일건설 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참여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채무조정, 출자전환 등 업무에도 자문을 제공했다.
회생절차 M&A 시장 관계자들은 일제히 자본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회생절차 신청 기업이 최근 연평균 900건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제도적 한계로 운신 폭이 좁기 때문이다. 은행은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에 들어간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액에 상응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크다.
대형 은행에서 기업회생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손갑수 전문위원은 “금융기관들부터 다소 외면받은 기업에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은 PEF와 같은 자본시장 투자기구”라며 “최근 정부에서 정책금융기관 통해 구조조정펀드를 만든 것도 자금지원 창구를 확보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다양한 시도들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이다. 우선 매각 시 조건부 인수인을 수의계약으로 미리 찾아놓은 후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한다.
경쟁입찰에서 인수희망자가 없는 경우에는 조건부인수인(스토킹호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 경쟁입찰에서 인수희망자가 나오는 경우엔 스토킹호스와 경쟁입찰에서의 인수희망자에게 각각 가격 등 인수 조건을 변경할 기회를 준다.
회생절차 M&A는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수의계약이 불가능하지만, 경쟁입찰을 동시에 진햄함으로써 거래의 종결 가능성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율촌은 국내 첫 스토킹호스 방식 M&A였던 한일건설에 자문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회생법원과 함께 전에 없던 다양한 제도를 안착시켰다. ‘브레이크업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조건부인수인이 앞장서 실사나 법률검토 등으로 비용을 지불해온 상황에서, 가격만 높게 부르며 나타난 다른 경쟁입찰자가 매각대상 기업을 인수해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김철만 변호사는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한 곳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하면서 비용보전 없이 과정을 끝낸다면 스토킹호스가 되고자하는 유인은 줄어들고 시장 활성화에도 장애물이 된다”며 “절차비용 보전을 위한 제도들이 이미 미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이 한일건설 M&A였다”고 말했다.
김선경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스토킹호스라는 개념 자체는 법원이 먼저 갖고 있긴 했지만, 어떻게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있어왔다”며 “한일건설 자문 이후, 세부 측면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돼 기준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프리패키지 플랜, 자율구조조정지원 등 회생지원 기법들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구조조정팀은 평가했다. 프리패키지플랜은 채권자 및 채무자가 기업개선작업 안을 제출하면서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는 것을 말한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의 장점을 결합한 제도다. 자율구조조정지원도 이와 유사한데, 회생신청을 받되 개시결정을 하기 전까지 채권자와 채무자가 협의할 여유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공동팀장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김기영 변호사(사법연수원 27기)는 “일면 불공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받아들이거나, 회생 관련 여러 제도를 조합해 매각 성사 가능성 자체를 주목하는 등 회생법원 출범 이후 전향적으로 유연성이 제고됐다”고 전했다.
다만, 구조조정팀은 DIP금융(Debtor-In-Possession financing)을 지원한 투자자에 최우선변제권이 보장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DIP금융이란 일반적으로 기업회생 절차에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신규 자금조달을 말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규자금채권은 공익채권으로서 회생채권보다 우선해 변제되지만, 회생절차가 파산절차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우선변제권이 없다. 조세채권과 임금채권은 신규자금채권보다 우선변제 순위에 있도록 명문화돼, 자금을 지원하는 입장에서는 투자위험이 높아 투자한 유인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손갑수 전문위원은 “DIP금융에 우선변제권 주면 임금채권자들이나 조세가 후순위로 밀리는 것처럼 보이고 이에 대한 우려도 타당하지만, 임금과 조세의 경우 근로기준법 등 다른 법률에서 보장 받고 있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고려해볼만 하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김철만 변호사 또한 “이미 DIP파이낸싱을 받은 상황이면 임금채권이나 조세채권을 해결 못했으리라 가정하기 힘들다”며 “미국의 경우 절차비용의 우선변제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신규자금채권에 우선변제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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