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사부담 줄어 업무효율성 향상효과 청년·퇴직자 등에 양질의 근로 기회 제공 기업도 사회보험료 지원 혜택 ‘노·사 윈윈’ 정부 2015년 326억 예산편성 43.6% 늘어 전일제 근로자와 복지·승진 동등한 대우 일자리 창출 기여…올 16만명 증가 큰성과
정부와 여당은 내년도 시간선택제 일자리 예산을 227억 원에서 326억 원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올해보다 43.6%나 늘어난 금액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로 해석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자가 육아, 가족 돌봄, 학업 등의 이유로 전일제 근로가 어려울 경우 사업주와 협의하여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근무일을 줄여 일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4대 보험, 최저임금 등이 보장되고, 근로시간 비례보호원칙에 따라 정년, 휴가, 복지 등은 정규직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여성, 청년, 고령층에게 양질의 근로 기회를 확대하여 고용율을 제고하기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했다. 퇴직자에게는 제2의 직장 생활을 가능하게 해 인생 이모작의 기회를 제공한다. 가사 및 자녀 양육 부담으로 전일제 근로가 힘든 여성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경력 단절을 막을 수 있고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재취업의 기회를 확대하여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하게 한다.
근로자 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많은 이점이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피크시간대에 우수 인력을 집중 운영할 수 있어 특정 시간과 요일에 집중되는 업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또 장시간 근로로 인해 업무 생산성이 낮아지거나 산업재해 발생 및 업무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는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
정부의 지원 또한 적극적이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신규 창출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규직(무기계약), 최저임금 130% 이상 지급, 전일제 근로자와 동등한 대우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채용하는 기업에는 임금의 50%(중소기업 월 80만원, 대기업 60만원)를 1년간 지원한다. 또 기업이 부담해야 할 사회 보험료를 2년간 100% 지원하는 혜택도 제공한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신규형도 있지만 전환형도 있다. 전환형은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바꾸는 유형을 말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재직근로자가 주요 대상인 경력 유지형과 퇴직을 앞둔 장년층이나 퇴직자가 주요 대상인 경력 연장형이 있다. 신규형의 경우는 경력단절 여성이나 퇴직자를 채용하는 경력 채용형과 신규 채용형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정부는 2017년까지 23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일하는 방식과 근로시간을 개혁하겠다는 방침 아래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93만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간선택제 근로자 수는 지난해 3월 175만 명에서 올해 191만 명으로 16만 명이 늘어났고, 고용률도 1.9% 증가했다. 1년 만에 상당한 성과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과 근로자 모두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기업은 적합 직무 부족 등을, 근로자들은 일자리의 질 문제 등을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와 일·가정 양립 관련 기업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의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중소기업과 제조업에서는 인력구조와 적합 직무 등 업종 특성상의 부정적인 시각도 나타났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대한 공감도는 기업 규모별·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대기업과 비제조업에서 공감 비중이 높았고, 중소기업과 제조업에서 비공감 견해가 공감보다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필요 인력과 적합 직무, 근로 관행 등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 현장 전반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비제조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했거나 채용을 검토 중인 기업은 비제조업이 31.8%로 제조업 4.2%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 제조업보다는 비제조업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이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제조업 중에서도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채용의사가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로는 대기업의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 전일제 부족인력 충원 등이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인건비 절감, 피크시간 업무집중 분산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에서는 적합 직무 부족과 업무연속성의 단절 가능성에 대해, 근로자는 일자리의 질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정부의 정책 효과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식이 낮지만 이미 해외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도입해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네덜란드는 1982년 노·사·정 대타협(바세나르협약)과 법제도 개선을 토해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하여 낮은 고용률 문제를 해결했다. 고용률 70%를 달성하는데 시간제 일자리가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 전체 고용의 37.8%가 주 36시간 미만 일하는 시간제 일자리다(OECD 평균 16.9시간). 전일제 근로자와 비교해서도 임금 등 근로조건, 승진 등에 있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독일은 2012년 기준 시간제 일자리는 전체 고용의 22.1%이며, 역시 고용률 70%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시간제 일자리가 차지한 비중은 50%가 넘었다. 사회 전반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시간제로 일하기 때문에 일과 가정의 양립은 물론 근로자들이 전일제와 시간선택제를 자유롭게 오가는 사회 분위기도 조성됐다는 평가다.
한 경제전문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우리사회에 경직된 근로환경을 변화시키고, 경력 단절로 오는 어려움을 해소해 사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하며 ”우리나라도 시간선택제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갖는 장점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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