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속 경기하강

투자 둔화로 소비위축

통화정책도 한계 직면

재정지출도 효율 저하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게 되면 산업화 이후 역대 4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2%대 성장률이 무너진 것이다.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우리나라가 2%대 성장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총 3차례다.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 -1.7%를 기록했으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 -5.5%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0.8%를 기록했다. 이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적이 없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2% 남짓한 성장률은 앞선 위기상황에 비해 크게 높다. 그러나 앞선 사례가 글로벌 변수가 크게 작용하거나 일시적인 위기로 인해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진 것과 달리, 현 상황은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위기감이 더욱 크다.

(단위:%, 연간)
(단위:%, 연간)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올해 연 1%대 성장은 연초 전망보다도 크게 낮고, 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일 것”이라며 “성장잠재력이 급격히 둔화한 것으로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민간연구소는 이미 내년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3분기에 시장의 예상치인 0.5~0.6%를 밑도는 수치가 나오면서, 내년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미·중무역갈등과 한·일간 무역마찰 등 대외 악재는 물론 기업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는 대내 환경 개선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하강 국면으로 이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올해 전 세계 90%가 경기 둔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있는 우리나라는 내년에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응책은 한계가 있다.

3분기에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2분기 1.2%포인트에서 크게 낮아졌다. 2분기에 재정을 대거 끌어다 쓰면서 성장률이 반등했지만, 3분기에는 여력이 줄어들어 재정지출 효과가 반감한 것이다.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 -0.2%포인트, 3분기 0.2%포인트로 그나마 플러스 전환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정 성장기여도가 떨어진 것은 정부가 돈을 쓰지만, 크게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고 내년에도 투자부분, 특히 건설투자가 부진할 전망”이라며 “소득증가율도 낮은데, 민간소비가 뒷받침 안되면 성장둔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정책 효과 측면에서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시장에 자금을 풀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자금이 비생산적인 분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김정식 교수는 “대내외 경기 악화로 정부의 정책수단도 제약될 것”이라며 “확대재정 외에 금리정책, 환율정책을 쓰기도 어렵고 내년 성장률도 낙관적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