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업무 중 가장 중요한 ‘점심식사’…당신의 유형은?

맛집족, 7000원이내 착한 음식 찾아 발품 직장 인근서 티타임에 산책까지 풀코스로

알뜰족, 엄선된 영양·저렴한 가격 인기만점 대한항공 등 구내식당 웰빙·특별코너 다양

도시락족, 다이어트 열풍으로 나만의 식단 야채·과일·닭가슴살 등 몸짱 만들기 도전

직장인에게 물었다.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즌은 단연 휴가철이다. 한달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은 주말과 공휴일이다. 그렇다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바로‘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은 직장생활에 있어 공식적인 휴식시간이다. 학창시절에는 수업시간 사이에 10~20분 가량‘ 쉬는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직장생활에는 점심시간 외에 정해진 쉬는시간이 없다.

애연가들은 그나마 담배를 핑계로 일하는 중간에 흡연공간을 찾아 비공식 쉬는시간을 갖는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평소보다 자주 담배를 찾으면서 머리를 식힌다.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존재지만 그 모습은 다양하다. 젊은 직장인은 싸고 맛있는 맛집을 찾아다니고, 메뉴 고민에 지친 상사들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점심시간에 식사 대신 운동을 하거나 동아리활동을 하는 직장인도 늘었다. 점심식사 후 한잔의 커피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일부 회사에서는 식후 낮잠을 잘 수 있는‘ 시에스타’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점심식사는?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출근하는 직장인이 하루 중 맨 처음 맞닥뜨리는 숙제다. 점심 메뉴 선정은 직장인을 괴롭히는 행복한 고민이지만 누구에게는 업무로 다가온다. 출근 후 단 3시간 이내에 점심 메뉴를 정해야 하고, 필요할 때는 예약도 마쳐야 한다. 이 때문에“ 오전 중 가장 중요한 업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직장인의 점심식사 유형은 대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회사 인근 맛집을 찾아다니는‘ 맛집족’과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알뜰족’,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집에서 손수 점심을 챙겨오는‘ 도시락족’이다. 물론 직업 특성상 점심식사를 아예 못하거나 점심식사조차‘ 일의 연장’이 되는 직장인도 많다.

▶점심시간 100배 즐기기 ‘맛집족’=1시간 남짓한 점심시간에 제대로‘ 힐링’하기 위한 첫 단계는 식당을 고르는 일이다. 일명 맛집족이다.

식도락을 즐기는 이들은 동료들 사이에서 잘 먹었다고 소문날 정도로 맛있는 식당을 고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직장인의 맛집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맛집과 다르다. 검증된 맛 외에 고려사항이 많다. 우선 가격이 착해야 한다. 직장인이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는 점심값을 감안하면 맛집의 가격 조건은 6000~7000원 선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청 인근 북어국으로 유명한 A식당의 경우 7000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 곳은 인근 직장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깔끔한 식당 분위기도 중요하다‘. 30년 전통’만 믿고 식당 구조나 편의시설을 개보수하지 않는 식당은 젊은층의 외면을 받기 쉽다. 공식적인 휴식시간 에 좁고 불편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또다른 스트레스를 낳기 때문. 물론 중년 직장인을 중심으로 과거 그대로의 분위기를 원하는 맛집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경우 젊은 사원들과의 유쾌한 점심을 포기해야 한다.

직장과의 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다. 1분1초가 아까운 점심식사에 차를 타고 움직여야 한다면 진정한‘ 직장 맛집’이 아니다. 직장인들은 점심시 간에 식사와 티타임, 산책까지 다 끝내야 한다. 따라서 맛집은 직장에서 가까울수록 좋다.

맛집 인근에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더 좋다. 점심시간에 여의도공원이나 광화문광장, 덕수궁 돌담길에 넥타이족이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나름 미식가라면 영양까지 고려해야 한다. 두부요리전문점 등 유기농 식당이 늘고 있지만 가격 면에서 직장 맛집이 되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이런 조 건에 꼭 맞는 직장 맛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맛집 블로거’가 이런 고민을 일부 덜어준다. 몇 년 전부터는 구(區)나 동(洞) 단위 지역의 맛집을 소개하는 소식지도 생겨나고 있다.

▶착한 가격ㆍ영양 만점’ 구내식당=회사 구내식당은 직장인이 점심식사 장소로 찾는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이 많아 외부 식당에서 밥 먹을 시간조차 없거나 메뉴 정하기가 귀찮을 때 구내식당을 찾는다.

그러나 구내식당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과 영양이다. 이 때문에 알뜰한 직장인이 구내식당을 많이 이용한다.

구내식당을 직원들에게 무상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외부 식당의 절반 가격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엄선된 음식 재료와 영양사 의 영양 만점 식단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서울시청의 경우 신청사 근무하는 4000여명의 직원 중 일평균 1700여명이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가격은 점심 3500원, 저녁 4000원으로 인근 식당 의 절반이다. 다만 넉넉치 못한 예산 탓에 고기류를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구내식당은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분식 중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직장 내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햄버거 등도 특별메뉴도 제공하고, 건강을 생각한 직원들을 위해 저칼로리 음식으로 구성된 ’웰빙코너‘도 있다.

대한항공 구내식당은 24시간 근무하는 승무원을 위해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제공한다. 특히 칼로리 소모가 많은 정비직 근무자를 위해 제한 없이 양껏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모두 공짜로 제공되는 만큼 비용 부담은 없다.

젊은 직원이 많은 정보통신(IT)업체의 구내식당은 독특하다. 외국계 IT업체인 구글코리아는 점심으로 1인당 2만원 상당의 부페형 급식을 공짜로 제 공하고 있다. 호텔 출신 요리사가 구내식당을 총괄운영하면서 한식, 중식, 일식은 물론 외국인을 위한특별메뉴까지 매일 다른 테마로 프리미엄 급식을 제공한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외부 손님과 점심식사 약속을 잡을 때 구내식당을 활용하는 사원들이 많다”면서“ 공짜로 수준 높은 음식을 먹기 때문에 굳이 외부에서 약속을 잡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도시락족’은 사라지지 않는다=맛집과 구내식당이 대중화되면서 집에서 점심을 싸오는 도시락족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과거에는 알뜰한 여직원들이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직장에 도시락을 싸다녔다.

지금은 출근하기도 빠듯한 시간에 도시락까지 챙겨오는 직장인은 거의 없다. 워낙 음식점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거 추장스럽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시락족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이어트 열풍으로 자신만의 식단을 원하는 직원들이 부지런히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한다. 이들은 주로 밥보다 야채나 과일을 요리해 점심식사를 대신한다. ‘몸짱’을 만들고 있는 직장인 강모(35) 씨는 3개월째 닭가슴살로 끼니를 때운다. 강 씨는“ 회식 자리에 있을 때가 제일 괴롭지만 직장생활 후 불어난 체중을 생각하면 꾹 참게 된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