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장사가 잘 되는 상가건물에 대해 건물주가 ‘권리금 잘라먹기’(기존의 상인을 내쫒은 뒤 다른 상인에게서 직접 권리금을 받거나 건물주가 스스로 영업하는 것)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가 취해진다. 하지만 임차인이 2개월 이내에 다른 임차인을 데려와 권리금을 넘겨받을 때에만 보호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등 보호수단이 제한돼 실효성 논란도 예상된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김진태 의원실과 함께 추진해 연말까지 입법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상가의 55%는 임차시 권리금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그간 법적으로 권리금은 인정받지 못해 분쟁의 소지가 돼 왔다.
이에 따라 건물주들은 권리금이 높게 형성되는 장사가 잘되는 상점을 노리고 기존 상점 주인에게 높은 월세를 요구해 나가게 한 뒤 다른 임차인을 받으면서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직접 장사를 하는 등 ‘권리금 잘라먹기’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또는 매매 등으로 건물주가 바뀐 경우에도 바뀐 주인이 권리금 잘라먹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모든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에 5년간의 대항력(건물주가 바뀌어도 기존 계약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을 인정해 상인들의 영업 기간을 보장했다. 현행 법률에도 5년간의 대항력이 인정되지만 이는 서울기준 환산보증금 4억 이하의 건물에만 인정돼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었다.
상인이 가게를 넘겨받는 상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대인이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도 부과한다. 상인이 다른 임차인을 데려오면 건물주는 상인이 데려온 임차인과 우선적으로 계약을 해야 하며,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건물주가 직접 받거나, 높은 월세,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또는 기존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기존 상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선 안된다. 손해배상액 산정은 국토교통부가 고시로 정하며, 권리금을 소송으로 다투면 분쟁이 길어질 수 있고 비용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17개 시도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협력 의무는 임대차 종료 후 2개월 이내까지 존재하며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3개월 전 계약 갱신을 통지하면 계약 종료 시점까지 의무가 유지된다.
건물주가 협력의무를 위반할 경우 상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재개발, 재건축을 하게 되면 기존 상인이 권리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달라지지 않아 문제의 불씨는 남아 있다. 과거 용산참사도 재개발 상가의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됐다. 결국 재건축, 재개발시에는 권리금 폭탄이 터지게 되는 셈이다.
현행법에서 환산보증금이 4억 미만일 때만 연간 임대료 인상 상한을 9%로 적용하는 규정도 그대로 유지돼 월세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악습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1년 이상 영리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권리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부분도 건물주가 악용할 소지가 있는 부분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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