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없이 등기한 후 대리소송 판결 무효화조치 등 대책절실…변호사협회 토론회서 지적

‘지배인 소송’ 2만건 시대를 맞아 ‘가장(假裝) 지배인(사이비 지배인)’을 근절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돼 주목된다.

가장 지배인은 영업주가 직접 소송을 수행해야하는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영업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을 지닌 지배인에게 영업주 대신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상법 제11조’를 악용해 영업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이 없는 직원을 지배인으로 등기한 후 소송을 전담토록 하는 것으로, 변호사법 위반이다. 이에 가장 지배인은 법질서 선진화의 걸림돌 중 하나로 꼽혀왔다.

대한변호사협회 주최로 23일 열린 ‘상법상 지배인제도 개선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상법상 지배인 제도는 한국의 변호사 수가 약 600명으로 모든 소송을 아우르지 못했던 1962년에 편법적으로 생겨난 제도로,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눈앞에 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올 7월 현재(23일 기준) 전국의 변호사 수는 1만7886명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각급 법원에 제기된 민사 본안사건 중 ‘상법상 지배인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수’는 2009년 1만5566건, 2010년 1만1875건, 2011년 1만321건, 2012년 1만4075건에 이어 2013년에는 2만2683건으로 2만건을 돌파했다. 올해는 5월까지 1만1348건으로, 연말이면 역시 2만건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홍엽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축은행이나 채권추심회사, 보증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이나 건설회사가 원고로 된 소액 사건의 경우, 실질상 지배인이 아님에도 지배인 등기가 돼 있다는 것만으로 지배인으로 취급돼 법률상 소송대리인으로 소송대리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는 민사소송법상 변호사 소송대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가장 지배인 근절 대책으로 ‘가장 지배인’인지 여부에 대한 재판장들의 심사권한을 강화하고, ‘가장 지배인’의 소송 행위임을 간과한 법원 판결을 무효화시키는 입법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아예 지배인이 소송 대리인이 될 수 없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사들은 법률적 쟁점이 간단한 소액의 다수 사건 위임시 적정하고 예측 가능한 수임료 기준을 마련하고, 분쟁에 휘말린 회사에 적합한 변호사를 소개시켜주는 등 회사 관계자들의 인식 전환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됐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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