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부수법안 미정 집행 차질 우려도

정부가 내년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배정해 65% 이상을 집행하는 등 내년에도 예산 조기집행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하지만 예산 편성·집행의 근거가 되는 세법개정안 등 예산 부수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여서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정부안보다 1조2000억원 감액돼 국회를 통과한 512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 배정계획 등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부수법안이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아 배정계획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예산 조기집행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해의 경우 예산안이 12월 8일 확정돼 3일 후인 11일 예산배정 계획을 확정했으나, 올해는 국회 확정이 10일로 늦어진 가운데 예산 부수법안이 확정되지 않아 예산배정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재정 조기집행을 강화해 경제활력의 마중물로 삼는다는 계획으로,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중 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상반기 예산 배정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상반기 배정률이 2014년엔 65.4%였으나 2015~2018년엔 68.0%로 상향했고, 지난해엔 70.4%로 늘렸다.

하지만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국회가 파행을 지속하면서 내년도 세입·세출의 근거가 되는 세법개정안을 비롯한 예산 부수법안이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불법 예산’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조기집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2조1000억원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별회계를 신설했으나, 소부장 특별법이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아 법률적 근거가 없는 예산이 됐다.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에게 최대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도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여서 시행령 마련 등 후속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예산 부수법안의 처리를 촉구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한 후 세법개정안 등 예산 부수법안 중 4건만 의결되고 나머지 부수법안들은 국회가 아직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예산 부수법안에 국한해서라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의 집행 준비, 특히 조기집행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예산부수법안들의 조속한 처리가 매우 시급하다”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10일 열린 본회의에서 예산 부수법안 26건 중 4건만 처리하고 폐회했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