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이 지난 27일 33년 만에 새 미니앨범 ‘봄여름가을겨울 Re:union 빛과 소금’을 발표했다. 1986년 고(故) 김현식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음악 인생을 시작해 지난 33년 간 한국 대중음악사의 프론티어 였던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 세 사람이 다시 의기투합해 완성한 앨범이다. 이들은 후암초등학교 친구와 선후배 사이다. 김종진이 62년생, 장기호와 박성식이 똑같은 61년생이다.
‘동창회’라는 의미의 ‘Re:union’ 앨범에는 함께 출발선을 밟고 달리기 시작했던 세 사람이 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자리에 모여 자축하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 해 우리 곁을 떠난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 고(故) 전태관의 기일인 12월 27일에 발매돼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1년전부터 준비했다. 위대한 드러머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날부터 태관을 기리는 일을 해보자는 말이 나왔다.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우리가 일회성으로 다시 모여 동창회처럼 작업했다.”(김종진)
이번 앨범에는 세 사람이 각자 쓴 세 개의 신곡과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의 명곡을 다시 녹음한 두 개의 리메이크까지, 총 다섯 트랙이 수록됐다. 김종진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동창회’, 장기호의 ‘난 언제나 널’, 박성식의 ‘행복해야 해요’와 리메이크 된 ‘보고 싶은 친구’ ‘오래된 친구’까지 총 다섯 곡은 완성도 높은 팝 사운드의 들려준다. 다섯 곡의 미니 앨범이지만 아무나 시도할 수 없는 아날로그 정서를 담고 있다.
“저희들은 연주자라 연주하기 좋은 곡을 들려준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듣기 좋은 곡을 실었다. 듣기 좋은 곡이 연주하기 좋은 곡 보다 한 차원 더 높다고 생각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삶의 노래였다면 ‘동창회’는 죽음의 노래다. 동창회에 갔더니 그동안 보이던 친구가 안보였다. 그 친구가 왜 안왔지 라고 물었더니 다들 말을 못하더라. 우리 한 명도 빠지지 말고 다시 만나길 약속하자는 가사다.”
장기호는 “처음에는 작업하면서 서로 음악적인 부분에서 갈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온 1960~80년대 음악이 섞여있다”고 말했고, 김종진은 “60~70년대 음악 황금기의 노래들, 낭만들이 담겨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김현식의 히트곡인 ‘비처럼 음악처럼’의 작곡자이기도 한 박성식은 “이번 음반에 전태관이 참가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객원 드러머를 써야 했다”면서 “태관이가 보고싶고 그립다. 그 느낌을 가지고 작업을 해 각 악기의 음색이 아주 담백하게 담겼다. 과도한 이펙트는 지양하고 최대한 원 소스가 잘 들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봄여름가을겨울 초기 멤버중 김현식(보컬) 유재하(건반) 전태관(드럼) 등 이미 세 명이 하늘나라로 갔다. 음악의 순혈주의는 필요하지만 나만의 아집에 갇히기보다 타인을 받아들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장기호)
이번 음악들은 지난 10년간 누구도 쉽게 제시하지 못했던 사운드의 매력과 중독성을 놀라운 집중력으로 선보였다. 30년 전 아날로그 레코딩과 가장 최신식의 디지털 녹음 방식을 정교하게 배합해 완성됐다. 여전히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앞선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세 명의 거장이 자신들이 직접 경험했던 아날로그 방식의 녹음을 그대로 재현해 그 시절의 사운드가 품고 있던 고유의 정서를 고스란히 환기시키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엔지니어들 연령대가 20대초반에서 60대초반까지 있다. 빛과 소금이 달콤한 꿀물을 발라놓은 음악들을 20대초반 엔지니어들이 참 좋아했다.”(김종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날로그다. 조금 있으면 환갑인데, 디지틀 감성이 어울리겠는가?”(장기호)
“코드진행과 이론에 의해 음악을 하는 요즘 세대가 흉내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 우리의 강점이다. 과거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팝 감성, 이게 생명력이 있다.”(박성식)
“태관이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용인 평온의 숲에서 돌아오면서 차에서 들었던 음악이 카펜터스다. 우리는 음악의 바다에 배를 띄워 가는 선원이다. 그러다 육지에 있는 사람이 만나지 못하는 걸 발견하면 메시지를 보내준다. 우리의 리유니언호는 육지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 아날로그 레트로 감성을 전해드리는 거다. 매일 채바퀴 도는 듯한 삶에서 해방감을 느껴보시라고”(김종진)
이들의 마무리도 장난 같았다. “종진아, 예능에서 노닥거리며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장기호) “우리가 개그를 하면, 김구라 같은 분이 직업을 잃을까봐 예능에 출연하지 않는다”(박성식)
이들과 인터뷰를 마치고 5개의 노래를 다시 들어봤다. 제작진이 밝혔듯이,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장르의 본질과 정수가 담긴 앨범이다. ‘동시대 어른들을 위한 음악’이 아닌 ‘우리시대 어른들이 만든 음악’으로 이는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 소금이 걸어온 지난 33년의 시간을 함께 걸어왔던 리스너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이자 선물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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