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기해년(己亥年) 저물고 희망찬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밝았다. 하지만 우리사회 곳곳을 면밀히 살펴보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망했을 때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우리사회는 피고름을 짜내는 고통을 참아내며 기성세대의 노력으로 외환위기를 벗어나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양극화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 사는 곳에 빈부의 격차는 없을 수는 없지만 그 정도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데 문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도시와 농촌, 금수저와 흙수저, 흙수저 측에도 끼지 못하는 소외계층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갈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양극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모든 나라가 이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지만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것은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이나 후진국 할 것 없이 끝없이 고민 하고 있지만 산업이 발달하면서 격차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빈부 격차는 최근 더 심각해 졌다는데 있다. 이미 심한 양극화의 중병은 웬만한 처방으로는 고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우리사회가 20대 80의 사회로 고착화되면서 생활고로 인한 자살과 끔찍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사회의 통합기반마저 흔들어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빈부의 해결은 백가지 대책 보다는 하나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낫다는 게 필자의 견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성장이 있어야 떡 고물이라도 떨어진다는 게 필자의 논리다.
여기에 반론도 만만찮다. 현대 산업 구조상 성장은 첨단 산업에만 집중되게 돼 있어 성장률을 끌어 올린다고 더 이상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느 정도의 고용창출 효과는 있겠지만 70~80년대 굴뚝 산업처럼 경기 전반에 파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아파트 값, 그리고 고금리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문턱 높은 은행, 서민들이 돈 빌릴 곳이 없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이러한 체제를 놔두고는 빈부의 격차를 해결할 길은 없다.
분명한 것은 돈 많은 사람이 은행 돈 쓸 일 없다. 없는 사람이 남의 돈 쓰고 이자를 문다는 사실이다. 올해만큼 공정과 공평이 화두가 된 적이 일찍이 있었던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청년 실업과 끊어진 계층 사다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었던가.
이렇듯 기득권층의 특권과 반칙이 보통의 20대 청년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일부 청년들이 만든 공정 사다리는 지금 한국이 처해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사회적 문제의 상징인 셈이다.
인천의 한 마트에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식료품을 훔친 장발장 부자의 소식이 한동안 화제가 됐다. 30대 아버지와 10대 아들이 마트에서 훔친 물건들의 금액은 대략 만원. 아버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지만 네 식구의 생계유지가 어려웠다는 딱한 사정을 들은 마트 주인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들을 용서했고 경찰관은 훈방했다. 대중의 관심은 부자에게 따듯한 국밥 한 그릇을 사 준 경찰관과 그들의 식탁 위에 20만 원을 두고 간 사람에게 쏠렸다.
솔직히 ‘요즈음 세상에 끼니 굶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2020년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측은지심으로 선의를 베푼 그 사람들에게 대중들이 열광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메말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할 최상위 계층 사람들이 보여준 이기적 행태에는 그만큼 분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여러 면에서 양극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 정도가 위험 수위에 이른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매번 느끼지만 이미 소를 잃고 난 다음에야 정치권에서 그 해결 방법을 놓고 갑론을박하며 부산을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마디로 안타깝다. 지금은 양극화 해소라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할 것이 아니라 구호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책을 찾아야 할 때다. 작은 변화가 마침내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진실을 항상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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