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선물 60년 변천사 살펴보니

생필품에서 기호품으로 변화

80년대 선물세트 문화 정착

경기침체 겪으며 양극화 심화

2000년대 웰빙·가성비 넘어

소포장·효율 중시 트렌드로

왼쪽부터 60년대 CJ밀가루세트, 70년대 과자선물세트, 80년대 넥타이 선물세트, 90년대 인삼 선물세트.
왼쪽부터 60년대 CJ밀가루세트, 70년대 과자선물세트, 80년대 넥타이 선물세트, 90년대 인삼 선물세트.

한 때 명절 선물하면 설탕, 비누 같은 생필품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2020년 현재 설탕과 비누는 선물세트 목록에서 찾아보기도 힘들다. 되려 선물 주고 뺨 맞을 수 있다는 생각도 짙게 깔려 있다. 지금은 9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와인 세트도 팔릴 정도로 명절 선물세트도 크게 변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명절 선물세트는 당시의 소비심리와 사회상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특히 명절 선물세트는 10년 주기로 크고 작은 변화를 거듭했다.

▶60년대는 ‘생필품’, 70년대는 ‘기호품’=1960년대는 명절 선물세트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다. 60년대 들어서는 인기 선물 상품으로 설탕, 비누, 조미료 등 서민 생필품이 떠올랐다. 특히 1965년 설탕 선물세트가 첫 출시됐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가의 선물로 인식되며 60년대 최고의 선물로 꼽힌다.

1970년대는 산업화가 이뤄진 시대다. 60년대 100여종에 불과했던 선물 종류는 1000여 종으로 대폭 확대됐다. 공산품 생산이 시작되면서 선물은 생필품이 아닌 기호품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식용유, 럭키치약, 와이셔츠, 피혁제품, 주류 등이다. 그 가운데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세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 다방문화가 확산되면서 당시 백화점 선물 매출로는 설탕과 조미료세트에 이어 3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고급화 또는 실속…호황 80년대, 양극화 90년대=1980년대의 경제 호황은 고스란히 선물세트의 고급화로 반영됐다. 받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선물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선물세트가 패키지화되기 시작했다. 넥타이, 스카프, 지갑, 벨트, 양말세트 등 신변 잡화와 함께 식품이 보편적인 선물로 급부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80년대 들어 선물 문화가 본격적으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는 외환위기 전후로 선물 문화가 달라졌다. 90년대 초까지는 100만원이 넘는 위스키 및 굴비 등 값비싼 제품이 큰 인기를 끌 정도로 고가의 선물을 주고 받았다. 인삼, 꿀, 영지버섯 등 지역 특산물도 각광받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저가 상품이 떠올랐다. 당시 대형마트와 할인점의 성장과 맞물리며 중저가 실용 선물세트를 마트에서 사는 것이 보편화됐다. 스팸, 식용유, 참기름 등 가공식품 선물세트가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문화에 대한 관심, 개인적인 성향이 확산되며 필요한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는 상품권이 선물로 등장했다.

▶웰빙·가성비 지나 2020년은…?=2003년부터 삶의 질을 고민하는 웰빙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홍삼 세트 등 건강 관련 상품이 늘었다. 올리브유 선물세트, 와인 세트가 처음 등장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백화점 중심의 고가제품과 할인점 중심의 중저가 세트가 양분화됐다. IMF 한파로 사라졌던 100만원짜리 굴비세트가 백화점에 다시 등장했고, 할인점은 햄과 참치캔 등 실용적인 선물세트가 주를 이뤘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된 2010년은 가성비가 선물세트의 덕목으로 부상했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위해 정육과 청과, 굴비 등 인기상품 내에서 수입산의 비중이 점차 늘었다. 1~2인 가구의 증가로 소포장 선호가 높아졌다. 한 줄에 열 마리씩 두 줄로 엮은 굴비 한 두름 대신 ‘3마리 굴비’가 등장했다. 가정간편식(HMR) 선물도 새롭게 등장했다. 추석을 홀로 보내는 2030을 위한 혼밥 선물세트 등이다.

2020년대에 접어든 올해 설 선물세트는 초고가 상품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백화점은 9000만원대 와인 세트를 선보였다. 가성비를 따지던 대형마트에서도 20만원 이상 프리미엄 선물세트 비중이 증가 추세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