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복원” 공장부지 수용

대법 작년 송파구 손 들어줘

삼표 “토지등 감정평가 제대로 안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 신청

서울 재개발 지원 지역밀착형 산업

대체부지 확보 등 적극지원 아쉬워

삼표 풍납 레미콘 공장 부지
삼표 풍납 레미콘 공장 부지

시멘트에 이어 레미콘까지 지방자치단체에 ‘미운털’이 박혔다. 시멘트, 레미콘은 대표적인 지역밀착형 업종이어서 지자체의 매서운 눈초리가 더욱 난감하다. 업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설 경기도 전년보다 위축될 전망이어서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는 삼표산업의 풍납 레미콘공장 강제수용 개시에 나섰다. 송파구가 추진중인 풍납토성 복원·정비사업을 위한 부지에는 1976년부터 삼표공장이 자리잡았다. 사업을 진행하려면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

송파구와 삼표는 2006년부터 공장 이전을 협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송파구는 2014년 공장 부지 강제수용 절차에 나섰고, 2016년 국토교통부의 승인도 받았다. 이에 맞서 삼표가 사업인정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지리한 싸움이 계속됐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이 삼표 패소 판결을 확정하면서 송파구에 힘이 실렸다.

송파구는 물건조사와 감정평가 등을 통해 540억원의 보상액을 책정, 지난해 12월 이를 법원에 공탁했다. 송파구의 ‘완승’으로 끝날 것 같던 공장 이전에 대해 삼표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이의를 신청, 반격에 나섰다.

삼표는 감정평가 과정이 충분치 않아 현행 절차에 의한 강제수용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삼표 측은 “10년 이상 풍납공장을 오갔던 레미콘기사들에게는 공장 이전이 평생 직장을 잃는 셈이어서 구청 측에서 감정하러 나올 때마다 이를 저지하는 등 충돌이 있었다”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감정을 놓고 공장 이전이란 큰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삼표 풍납공장은 서울에서 단 4곳 뿐인 레미콘공장 중 하나다. 1970년대부터 서울 강남권과 경기 동부권에 레미콘을 공급하며 한강 일대 개발, 압구정 건설 등에 일조했다. 풍납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은 서울에 공급되는 분량의 16%를 차지할 정도다. 인천이나 부산 등 다른 지역은 레미콘공장이 30여개가 넘기도 하지만 서울은 4곳뿐이다. 지대 부담도 큰 데다 비산먼지 등으로 인해 비(非)환경적인 업종이라는 인식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추가 공장 입지가 어렵다.

삼표 풍납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향후 서울지역 레미콘 수요량 확보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레미콘은 출하 후 90분이 지나면 굳어져서 폐기해야 하는 지역 밀착형 산업이다. 이 시간 안에 현장 배송을 마쳐야 하는데, 풍납공장이 문을 닫으면 서울에서 재개발 등으로 발생하는 수요의 대응이 어렵게 된다.

레미콘 믹서트럭 기사들의 고용불안 문제도 제기된다. 레미콘은 공장마다 들어갈 수 있는 믹서트럭 수를 정해놓고 있다.

택시가 영업지역이 정해져있는 것처럼 레미콘 기사들도 공장에 등록된 셈이어서 풍납공장 기사들은 당장 다른 공장에 들어가기 어렵다.

레미콘에 앞서 시멘트업계도 지자체의 등쌀로 불안을 겪었다. 시멘트산업은 원자재인 석회석 비중이 90%에 달해 공장 입지가 석회석 산지인 삼척이나 단양 등으로 한정돼 있다.

시멘트는 예전같으면 선거마다 나오는 선심성 SOC 공약으로 특수를 노릴만한 상황이다. 올해는 비환경적인 업종이란 편견 때문에 오히려 시멘트 업체에 대한 ‘압박’이 법안과 공약으로 등장했다. 출발은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 시멘트 생산이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니 생산량 1t당 1000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과세하자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었다.

시멘트공장이 있는 지자체들은 연대해 법안 통과를 요구했으나 국회 상임위의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20대 국회 통과 여부가 거의 어렵게 되자 이번에는 해당 지역에서 출사표를 낸 예비후보들의 공약으로 재등장했다. 제천·단양에서 출마 선언을 한 이경용 전 금강유역환경청장은 지역자원시설세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시멘트 산업은 어두운 업황이란 이중고도 겪어야 한다. 지난 2017년부터 지속된 건설 수주 감소세는 올해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시멘트 수요량은 전년 대비 6.6% 감소한 5110만t으로 전망됐다. 레미콘도 수요량이 전년보다 4.1%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