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쇠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혼란스럽다. 확진자가 진원지 우한에서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중국에선 사망자가 130명을 넘었다. 국내도 확진자들이 늘면서 ‘우한폐렴 공포증’에 휩싸여 있다. 우한폐렴은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불안감이 더욱 크다. 국민들은 해외여행은 물론 이제 사람이 많이 가는 곳을 꺼릴 정도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인 27일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다음날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선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발 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정부 발표에 앞서 확진자들의 동선 하나하나를 살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 날랐다. 그러다보니 확진자가 방문하지도 않은 곳이 언급되는 등 가짜뉴스도 횡행했다. ‘우한 폐렴환자 지하철역 사망’, ‘모 대기업 직원 확진’ 등 괴담은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퍼졌다. 그만큼 국민들이 불안하다는 방증이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국민들이 불안한 곳은 또 있다. 바로 부동산 시장이다. 엄격한 대출규제와 보유세 인상을 골자로 하는 12·16 초고강도 대책으로 시장이 얼어 붙었다. 팔기도, 사기도 어렵다. 한두건의 거래로 집값이 급락, 급등하는 현상이 빈발한다.
갑자기 대출이 막히면서 집을 사려다 못샀던 이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집값이 정권초기로 ‘원상회복’될지도 의문스럽다. 가격 추이를 보고 언제라도 매수하겠다는 눈치다. 반대로 이미 집을 산 이들은 갑자기 집값이 떨어질까봐 두렵다. 특히 분양시장에서 소외되면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을 마련한다는 ‘영끌’까지 해서 집을 산 30대들은 걱정이 크다. 여기에다 12·16 대출규제 이전에 전세를 끼고 9억원이 넘는 집을 산 이들은 전세대출이 막혀버렸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입주를 생각했던 실수요자들은 이를 포기해야할 처지가 됐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선 우한폐렴으로 마음 편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부동산 규제로 이사도 의지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두 문제 모두 정부가 처음엔 불안하지 말라고 하더니 상황이 심각해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과잉대응에 나섰다. 정부 공식발표가 늦어지는 ‘정보공백’ 시점에 가짜뉴스가 나돌고, 불안심리는 커지는 것도 닮은 꼴이다. 청와대와 관계부처, 지자체가 한목소리(원보이스)를 내지 않고 국민들에게 혼선을 주는 컨트롤타워의 엇박자도 겹친다.
두 사안 모두 향후 관건은 정부 대응과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다. 임기응변식 대응이 아니라 적극적 소통과 체계적 대응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정부와 여야는 우한폐렴이 4·15 총선에 미칠 영향에 대해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진 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급락한 사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셈법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실현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청와대에서 초고강도 대책인 주택거래허가제까지 언급하고 나중에 사실무근이라고 뒷수습하는 혼선을 보이기도 했다.
우한폐렴이든 부동산대책이든 문제의 본질을 떠나 정치논리가 앞서선 안 된다. 우한폐렴은 국민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부동산 대책은 수요와 공급에 맞춘 시장경제 룰에 가장 부합되게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신뢰를 얻는 정도이자 첩경이다. 실기하면 그 재앙은 오롯이 국민들에게 덮친다.
권남근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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