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가운데 비유동성 자산 투자펀드 절반 넘어
증권사 “알펜루트도 지난해 10월부터 유동성 리스크 조짐”
영국도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규제
[헤럴드경제 김나래 기자]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 급증이 사모펀드 운용 구조를 취약하게 하는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운용한 사모펀드도 개방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거의 없어, 환매 불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사모펀드 설정액 가운데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을 담은 규모가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국내 전체 사모펀드 설정액 중 기초자산이 비유동성 자산인 사모펀드 설정액 비중이 53.7%를 차지했다. 이 비중은 2008년 말 13%에 불과했지만, 10여년 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현금화가 어려운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개방형 펀드는 많은 투자자가 한꺼번에 환매를 시도하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알펜루트도 비유동성 자산이 급증,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알펜루트가 유동성 위기가 있다고 판단하고, 일단 개선계획을 세워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당초 알펜루트는 이달 말까지 한투가 투입한 자금 중 30억원을 상환키로 했다. 그러나 해당 금액을 돌려받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하게 되자, 한투는 120억원 전액을 일시 상환하라고 통지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알펜루트에 제공한 총수익스와프(TRS) 자금 230억원 전부에 대해 상환을 요청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알펜루트 펀드의 유동성 비율에 문제가 있었다”며 “언제든 고객 돈을 내줘야 하는 개방형 펀드임에도 유동성이 1%도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유동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 펀드 규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사모펀드가 급성장하고 저금리에 따른 대체투자도 확대돼 해외에서는 시스템 리스크 관리 목적의 펀드 유동성 리스크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글로벌 논의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규제 목적에 부합하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감독 능력도 도마위에 올랐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검사에 제재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금감원이 사실상 종합검사 수준으로 검사를 벌였지만 유동성과 관련된 사모펀드 규제법률이 없어 일부 제재에 그치고 말았다. 관련법이 없었다는 해명이지만, 감독 당국의 관리에도 구멍이 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절차 준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사모펀드 유동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는 소매 개방형 펀드가 유동성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와 판매 등을 중단하도록 했다. 또 적격 펀드매니저(AFM)는 유동성 비상 계획을 세우고, 수탁기관의 경우 해당 펀드 유동성 관리를 위한 감독 기능을 강화했다. 비유동 자산을 보유한 개방형 펀드를 판매 시에는 유동성 위험을 공개하고, 투자설명서에는 유동성 위험 관리 방법을 명시하게 하는 공시 강화안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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