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43억원으로 5년간 182% 증가…중복사업 통폐합 필요

검역인력, 감염병전문병원 등 취약…“방역 인프라 구축 먼저”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후 감염병 예산이 5년새 3배나 늘었지만 실질적인 방역망 구축 등에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해 ‘방역 인프라’는 여전히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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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5년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사태 당시 688억원이던 감염병 예산을 올해 1943억원으로 5년간 182%나 늘렸다. 연평균 증가율 23.1%로, 같은 기간 보건분야(5%)나 정부 총지출 증가율(6.4%)보다 크게 높다.

예산은 예방과 연구개발(R&D) 분야에 많이 쓰였다. 올해 신종감염병 대응 예산 가운데 지출규모가 가장 큰 단일사업은 항바이러스제, 개인보호구 등 관련 물자를 비축하는 사업으로 438억원이 편성됐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약 800억원으로 감염병관리 기술개발연구사업과 감염병 위기대응 기술개발, 공공백신개발 지원센터 건립 및 운영 등에 할당됐다

하지만 검역인력 확충,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검역법 개정 등 방역망 인프라 구축에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등 해외 오염지역으로부터 감염병 유입을 최일선에서 차단할 검역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453명으로 적정인원보다는 80명, 최종 필요인력보다는 286명이나 부족하다. 해외 입국자는 2014년 3122만명에서 2019년 4788만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검역인력은 5년간 크게 늘지 않았다.

정부가 공약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도 5년간 답보상태를 면치못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5곳의 감염병 전문병원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금 코로나19 상황을 맞을때까지 단 한 곳도 설립하지 못했다. 현재 조선대병원만 준비중인데 개원은 2023년 예정이다. 계획대로 됐다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인 국립중앙중앙의료원에 150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실이 가동되는 것은 물론 권역별로 지정된 최대 5곳의 의료기관에 36개 이상의 음압격리병실이 확보됐어야 했다.

감염병의 원인과 전파 경로 등을 파악하는 핵심인력인 역학조사관 부족도 심각하다. 현재 시, 도 소속을 다 합쳐도 역학조사관은 전국 130명뿐이다. 질병관리본부 소속 역학조사관 77명 가운데 역학 업무 전문성을 인정받은 ‘전문임기제’ 인력은 32명에 불과하다.

수송기간이 길어 통상 잠복기가 지난이후 이뤄지는 선박과 화물 중심으로 만들어진 현 검역법을 ‘항공기와 입국객’ 중심으로 바꾸는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발목잡혀 있다. 1954년에 제정된 뒤 70여년 간 부분 개정만 반복해온 검역법은 1회성 입국장 검역 방식 위주여서 입국 이후로도 검역 확대 등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일반회계와 국민건강진흥기금, 응급의료기금이 유기적으로 집행되지 못하고 중복사업이 많아 통폐합 등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서 각각 감염병 관리기술개발연구 사업과 감염병 위기대응기술개발 사업, 감염병 예방관리 사업과 감염병예방관리 및 지원 사업이 별도로 편성돼 있는 등 비슷한 사업을 중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메르스를 교훈 삼아 신종 감염병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했으나, 검역인력 확충이나 감염병 전문병운 구축 등 방역망 인프라가 여전히 취약하다”며 “정부는 편성된 예산을 방역 인프라 구축에 우선적으로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