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24통 전화했는데 실패. 오늘 24통 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그만뒀어요.”
지난달 28일 한 인터넷 지역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공영쇼핑에서 ‘노마진 마스크’ 방송시간에 124통이나 전화를 했지만 결국 구매하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댓글에는 “저도 포기했습니다. ‘죄송합니다’는 안내만 100번 들은 것 같아요” 등의 경험담들이 줄이어 올라왔다. 한 이용자가 캡처해 올린 휴대폰 통화내용 화면에는 354란 횟수가 찍혀있었다. 354통이나 전화했지만 결국 사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소 인파와 거리가 멀었던 목동의 행복한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공적 마스크 판매소식에 고객들이 줄서기 시작했다. 오전 10시30분께 판매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고객들이 1인당 5장의 마스크를 구매하는 데 걸린 시각은 5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지난 28일에는 빗속에서 줄을 선 인파 사진을 두고 중국의 SNS에서 “코로나에 걸리고 싶은가 보다”는 비웃음까지 나왔다. 하필 중국에서 이런 비아냥이 나왔다니, ‘적반하장’ 앞에 분노가 치밀어오르지만 지적만 놓고 보면 일리가 있다. 줄선 고객들의 불편도 문제지만, 특정 장소에 불특정 인파가 몰린다는 것은 감염병 예방 수칙에는 맞지 않는 일이다.
과연 이게 최선인지 묻고 싶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 공급은 방법과 속도 모든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진작 대만처럼 약국에서 건강보험증으로 인증을 하게 한 후 인당 정해진 수량만 마스크를 사게 했다면 어땠을까. 가구마다 돌아가는건 소량일지언정 중복 구매는 충분히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주거지역 곳곳에 있는 마트나 편의점, 슈퍼마켓 등에서 공적 마스크라는 점과 가격을 명시하고 판매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지금보다는 특정 장소로 몰리는 인파가 분산됐을 테고, 멀리서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불편은 덜 수 있지 않았을까. 민영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e-커머스의 온라인유통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겠다. e-커머스업체들은 수년간 각종 ‘핫딜(한정 수량 특가 판매)’을 겪으며 서버가 폭주하는 사례를 경험했던 터라 ‘300통의 전화’에도 무응답이었던 업체보다는 고객응대 속도가 빠르지 않을까. 관광한국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며 실시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의 행사에서는 유통업체들의 ‘울며 겨자먹기’식 협조를 척척 동원하면서 마스크에서는 왜 공적 유통 채널만 고집해 일찍부터 ‘운용의 묘’를 한정했는지 모를 일이다.
행정력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동 주민센터 중심으로 위험도가 높은 지역부터 수요를 파악, 공동구매를 실시할 수도 있다. 300통의 전화에도 구매를 못하고, 빗속 50분의 기다림을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현 구매 시스템은 철저히 공급자 중심이다. 지난주말까지 사흘간 1150만장을 풀었다는 공급 실적은 쌓였을지 몰라도 정작 소비자에게 돌아가는건 운 좋아야 5장의 마스크, 최악은 한 장도 건지지 못한 채 분통만 터트린 씁쓸한 기억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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