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떼려다 혹 붙일 신세가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산업은행이 처한 상황을 이 같은 말로 요약했다. 기존에 구조조정 진행 중이던 기업들을 하나 둘 정리하던 시기에 코로나19로 산업계가 어려움에 빠지면서 오히려 관리하는 기업이 늘어날 처지가 됐다는 설명이다.
산은 입장에선 연초까지만 해도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서 슬쩍 발을 빼는 모양새였다. 2018년 말 구조조정 담당조직의 급을 부문에서 본부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에는 구조조정 전담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관련업무를 이관하려 했다. 산은은 구조조정보다는 신산업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산은이 한국의 경제위기 때마다 ‘구조조정 해결사’ 역할을 맡아오기는 했지만 실제 성적은 신통치 않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2016년 조선업 구조조정 실패를 비롯해 최근 몇 년간 기업 관리능력에 허점을 보이면서 구조조정 자질 논란에 여러 차례 휩싸였다. 긴 시간과 혈세를 들여놓고도 기업을 정상화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기업들을 봐도 그렇다.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KDB생명은 매각가가 많아야 8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산은이 현재까지 KDB생명에 쏟아부은 자금은 1조2500억원에 이른다. 회수율이 매우 낮은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HDC를 새 주인으로 찾은 아시아나항공 역시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대우건설 역시 2018년 초 호반건설과의 매각 협상이 무산된 이후 계속해서 몸값이 하락하고 있다. 2년 전에 비해 시가총액은 반토막이 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나 조선업종의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구조조정을 했는데도 재부실화하는 문제가 빈발하는 것은 해당 업종에 대한 비전문성과 경영 관리능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 산은의 한정된 정책금융 재원이 이들 회사에 장기간 묶여 있어 신규 투자 지원 여력이 낮아지는 등 비효율이 심각한 상황이다.
물론 이는 온전히 산은의 책임이라 볼 수만은 없다. 대기업이나 기간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많은 인력의 고용이 연관돼 있어 정부의 정치적 결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두산중공업에 산은 등 채권단이 1조원을 지원하는 것 역시 실질적인 결정은 정부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이뤄진 구조조정인 만큼 그 성패를 평가하는 것도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다.
산은은 최근 다시 구조조정 조직과 인력, 자본을 확충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수요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논란들이 미처 해소되기도 전에 다시금 ‘구조조정 해결사’ 역할을 강요받는 모양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위한 물리적인 보강과 함께 구조조정의 목적과 산은의 역할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고 익숙한 ‘구조조정 책임론’을 산은에 떠넘기는 과오를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
![앤트로픽 IPO는 시작일 뿐…AI 모델 ‘골라주는 시장’ 커진다 [서학개미 주식회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3/rcv.YNA.20260813.PRU20260813276001009_T1.jpg?type=h&h=240)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