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황금곰(Golden Bear)’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명인열전’으로 불리는 마스터스 대회의 역대 최강자로 선정됐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최근 역대 마스터스에서 탁월했던 선수 20명을 추려 순위를 매겼는데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니클라우스가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여든인 니클라우스는 1963년을 시작으로 1965, 1966, 1972, 1975년과 1986년까지 마스터스에서 6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그중에 1986년은 나이 46세 때 달성한 마스터스의 최고령 우승 기록이다. 니클라우스는 후반 9홀에서 기막힌 역전 드라마를 펼치면서 7언더파 65타를 쳐서 한 타차 역전 우승했다. 16번 홀에 이어 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차지하면서 선두로 올라서는 순간 퍼터를 치켜드는 순간은 이 대회의 역대급 명장면이기도 하다. 니클라우스는 여섯 번 그린재킷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마스터스에서 톱5 안에도 15차례 들었고, 톱10은 22번, 1998년에는 58세 나이에 공동 6위를 기록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아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깨어야 할 마지막 기록은 니클라우스의 이 기록일 것이다. 올해 11월에 예정된 84회 마스터스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우즈가 6승에 도전한다. 1997년 첫 우승한 우즈는 2001, 2002, 2005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그린재킷을 다섯 번 입었다. 1997년에 만 21세로 최연소, 2위와 12타 차로 최다 타수 차 우승 기록을 세웠다. 톱10에는 14번 이름을 올려 니클라우스에는 아직 모자란다.
25년간 4대 메이저 18승 메이저 15승에 PGA투어 82승인 우즈의 기록이 빛날수록 메이저 18승에 PGA투어 73승을 쌓은 니클라우스의 기록은 고고한 빛을 발한다. 그의 골프 인생은 코스 안팎에서 우즈보다는 더 모범적이었다. 우즈가 코스 밖에서의 사생활에 흠결이 있는 데 반해 니클라우스는 가정을 잘 일구면서도 멋진 골프 인생을 살았다는 점에서 품위 있는 고전적인 골프 황제였다. AP통신은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주저 없이 그를 선정했다. 보비 존스의 열성팬이었던 아버지로부터 골프를 배워 10세 때부터 클럽을 잡은 니클라우스는 엘리트 골프 선수의 길을 걸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대회 우승 트로피를 휩쓸더니 19세 때 US아마추어 대회를 제패한다. 프로 2년차이던 1962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15위에 오른 니클라우스는 두달 뒤 벌어진 US오픈에서 당시 최고의 골퍼 아놀드 파머를 누르고 메이저 첫 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1986년 46세의 나이로 마스터스를 최고령 우승하기까지 25년에 걸친 메이저 대회 우승 레이스는 길게 이어진다. 메이저에서 마스터스 6승 외에도 그는 PGA챔피언십 5승, US오픈 4승, 디오픈 3승을 쌓았다. 또한 PGA투어 73승을 제외하고도 챔피언스투어 10승, 기타 투어 26승, 이벤트 대회 11승까지 생애 120승을 쌓았다. 니클라우스는 최고의 골프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 300곳 이상의 코스를 설계한 대표적인 코스 설계가로, 잭 니클라우스라는 의류 브랜드 사업가로도 성공한 골프계의 대표 아이콘이다. 1985년 런칭한 프리미엄 골프웨어인 잭니클라우스는 최근 편집숍인 샌프란시스코마켓과의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다. 각 투어에서 거둔 우승으로 인해 그의 스타일은 후대 선수들의 오마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메이저는 우승하기 쉬운 대회 니클라우스의 최고 업적인 메이저 18승이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세상에서 메이저만큼 우승하기 쉬운 대회는 없다.” 니클라우스가 메이저 우승 비결에 대해 내놓은 대답을 처음 들으면 무슨 말인가 싶다. “메이저 출전 선수의 절반은 경기 시작 전에 탈락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일요일에 무너진다. 그들은 메이저라는 중압감에 자신의 골프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다. 반면 나는 언제나 내 골프를 한다. 내가 추격하는 선수는 전날 밤에 선두라는 사실에 잠을 못 이룰 것이고, 또한 자기를 뒤쫓는 선수가 잭 니클라우스라서 전전긍긍할 것이다. 그렇기에 일요일에 내가 할 일은 상대방이 버디를 잡아도 신경 쓰지 않고 항상 나만의 골프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마지막 홀에 가까워질수록 스스로 무너진다.” 니클라우스의 타고난 집중력은 오늘날 어떤 선수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작은 손에 짧은 손가락으로 인터로킹 그립 밖에 잡을 수 없는 핸디캡을 강한 다리와 허리로 보완해냈다. 그리고 자기 확신을 가지고 메이저 대회에 임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볼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다. 실제로 경기를 보면 니클라우스 역시 가장 어렵다는 1.5m 퍼트를 실패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100% 넣었다’고 믿고 있다. 그런 마인드여서 승률 역시 높았다. 메이저를 우승하는 카리스마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라 니클라우스가 평탄하게 우승만 챙긴 건 아니다. 1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그 후유증으로 인해 선수생활 내내 관절 부상을 안고 살아야 했다. 1963년에는 몇 주에 걸쳐 코티손 주사를 25차례 맞았고 고관절 수술을 받기도 했다. “나는 골프 경력의 절정기 이전부터 골반에 문제가 있었다. 어떤 때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병과 싸웠고 나중에는 나이와 내 한계와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대회장을 지켰다. 1998년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열린 마스터스에서 니클라우스는 6위를 했다. 당시 8명의 손자를 둔 58세 할아버지 골퍼였지만 마스터스 사상 10위 안에 든 최고령 선수로 기록되었다. 타고난 체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관리가 그걸 가능하게 했다. 그는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루도 빼놓지 않았다. 골프를 하지 않을 때는 일주일에 3일, 골프의 시즌 중에도 하루는 체력 훈련을 했다. 동시에 스트레칭과 물리 치료를 받았다. 니클라우스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매일 한 시간 반 동안 체조와 등 운동을 한다. 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치열한 노력이다. 우리는 평생 어떤 한계와 싸워가면서 산다. 60세나 혹은 어떤 특정한 나이에 이르렀다고 그 투쟁을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나? 우리가 저지르는 최악의 선택이란 포기다. 평생 도전에 대응하도록 길들여져 있다가 어느 날 ‘지쳤다’고 느낀다면 몸과 마음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그렇게 굴복하면 그 즉시 늙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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