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21일 종영한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우리 삶의 쉼표 같은 드라마다. 너무나 천천히 진행됐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저렇게 해서 드라마를 끌고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리고 잔잔했다.
외롭고 힘들어질 때면 상처 입은 영혼을 고이 숨겨둔 산속 오두막집으로 향했던 임은섭(서강준)을 보고 있으면 ‘거기서 왜 그러고 있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도 절제돼 있고, 배우들이 상당 부분 표정과 눈빛으로 말하는 드라마다. 그 점에서는 고독과 그리움이 묻어있는 서강준과 박민영에게 합격점을 줄 만하다. 외로움은 또 다른 외로움을 만나 비로소 아늑함이 됐다. 가혹한 현실 속 피어난 해원(박민영)과 은섭(서강준)간 사랑의 의미가 각별했다.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는 느리게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출연자가 감명 깊은 책 구절이나 시를 천천히 읽어주는 게 전부였던 ‘낭독의 발견’이 스피드 시대에 오히려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있듯이. 지금은 세계가 코로나19로 삶의 기어가 바뀌며 위로와 성찰이 필요해진 시대다. 그래서 잔잔한 ‘날씨가’가 오히려 현실감이 있었고, 그 현실감에서 위로와 공감이 따라왔다.
우리 모두 트라우마 하나씩은 가슴에 담고 살아가듯이, 극중 주인공도 누구보다 충격적인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들은 스피드에 익숙한 우리의 삶과 달리, 느리면서 포근한 감성을 주는 시골에서 아픔들을 조금씩 이겨가고 있었다.
그들이 사는 북현리는 추운 겨울조차도 온기가 느껴진다. 주민은 정기적으로 굿나잇책방에 모여 시를 읽으며 독서감상회를 연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함께 모인다. 그 자체만으로도 훈훈하다. 이런 따뜻한 공동체, 얼마만인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나, 그리고 우리의 풋풋하고 순수했던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같다. 또한, 매회 방송 말미에 나오는 굿나잇책방 블로그 비공개 글은 은섭의 더욱더 솔직한 심리가 담겨 있어 더욱 좋았다.
‘날씨가’에는 ‘행복’과 ‘관계’에 대한 통찰도 있다. 장우(이재욱)는 여친 은실(양혜지)이 “서울대까지 나와 왜 고향으로 돌아와 시청 직원이 됐냐. 나는 그게 항상 이해가 안됐거든”라고 묻자 “꿈이 작지. 그게 나한테 확실한 행복이거든. 평범하게 일상을 쌓고 차곡차곡 매일을 사는게 그게 꿈이지. 난 성실하고 평범하게 사는 게 행복해”라고 말한다.
해원과 친구 관계가 틀어져 화해를 기다리고 있던 보영(임세미)의 대사, “금이 좀 가면 안 되는 거야. 이 세상 어디에도 완전무결한 관계는 없어. 서로한테 미안해야 될 일들을 만들고, 또 사과하고 다시 붙이고 그러면서 사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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