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유통업계의 이목을 끈 업체는 쿠팡이었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서비스와 폭발적인 고객 반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지는 대규모 적자와 이에 연연치 않은 비전펀드의 투자는 쿠팡이 유통업계의 혁신을 이끄는 ‘메기’로서 혁혁한 역할을 했다. 쿠팡으로 인해 유통업계는 온라인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고객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업계는 쿠팡보다 네이버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네이버가 올해 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에 힘을 주기 시작하면서다. 오픈마켓 서비스인 ‘스마트스토어’와 백화점식 상점인 ‘브랜드스토어’는 물론이거니와 빠른 배송을 위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홈쇼핑과 비슷한 ‘라이브커머스’까지 시작하는 등 모든 종류의 e커머스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 성장세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스마트스토어 구매자가 지난 3월 말 현재 1000만명을 넘어섰다. 덕분에 1분기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나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장 점유율이 11%에서 14%로 3%포인트나 증가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로만 보면 네이버가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e커머스 업계의 양강 체계를 굳힌 것이다. 네이버의 성공에 기회를 본 또 다른 플랫폼 사업자 카카오도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커머스 부문 강화를 서두를 정도다.
유통업계가 네이버에 느끼는 위기감은 쿠팡 때와는 사뭇 다르다. 쿠팡은 맨땅에서 검색과 결제 시스템, 물류 등에 투자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에 업계는 전통적인 유통 방정식을 거스르는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출혈 경쟁을 감내하면서 일부는 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는 배우고, 일부는 반면교사 하며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왔다.
하지만 네이버의 경우는 다르다. 막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네이버가 물건까지 팔게 된다면 e커머스의 가장 큰 무기인 ‘가격 경쟁력’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간 네이버가 ‘검색 광고’ 영업을 하면서 e커머스 업체로부터 가격 정보를 받아 데이터베이스화 해온 덕에 웬만한 제품의 가격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 여기에 상품 검색 결과까지 상위에 네이버에 입점한 스마트스토어 제품으로 도배가 된다면 네이버를 통해 접속한 고객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는 통상 결제 고객 10명 중 2명이 네이버 가격 검색을 통해 자사 몰에 접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이 고도화되며 정보의 힘이 날로 커지자 네이버로 대표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영향력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네이버의 커머스 부문 강화는 e커머스 비중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매출 10조원 규모의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다양한 생태계를 보유한 유통업계의 생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통업’이라는 경기에 ‘네이버’라는 선수가 출전한 것이 쿠팡 때처럼 서비스 업그레이드라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부동산 정보업계와 같이 업계 전체의 고사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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