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현실화로 땅값 오르는 추세

분양가 높일 수 있어 조합 분담금 낮아져

삼성물산 등 자체자금 완공 내세워 손짓

[헤럴드경제=문호진 기자]정부의 현행 분양가 규제 아래서는 둔촌 주공 등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은 후분양 카드를 내세워 이 같은 역설을 바로잡아 주겠다고 손짓하고 있다. 후분양은 착공 무렵의 선분양과 달리 착공 이후 공사가 진행된 뒤 분양하는 것이다. 분양가가 땅값과 연동하는 분양가 상한제에서는 땅값이 오른 뒤 분양하는 게 유리하다.

이달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1차(예정 공사비 1000억원)와 반포1단지 3주구(8000억원)는 사업 일정상 7월 말까지 일반분양 신청을 할 수 없어 상한제를 피할 수 없다.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는 7월 말까지 일반분양이 가능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데도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신반포21차 조감도. [포스코건설 제공]
신반포21차 조감도. [포스코건설 제공]

8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는 감정평가로 산정한 땅값에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친 금액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제도다. 땅값 감정평가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재건축 단지의 땅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현재 65.5% 수준인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국토부가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발표하는 공시가격 자료를 보면 표준지인 반포1단지 3주구 공시지가가 최근 5년간 105%, 연평균 15% 정도 상승했다. 올해 공시지가는 지난해보다 18.4%(3.3㎡당 930만원) 올랐다. 삼성물산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을 후분양으로 돌릴 경우 조합 측 분양수입이 선분양 때보다 25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조합원 분담금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서울 반포1단지 3주구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서울 반포1단지 3주구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그런데 조합 입장에서 후분양은 리스크도 만만찮다. 후분양할 때까지 분양수입이 없어 조합은 공사비를 조달해 시공사에 지급하고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강남 재건축 수주에 나선 건설사들은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 신반포21차 수주전에 참여한 포스코건설은 골조공사가 끝난 후 공정률 70% 정도에서 후분양할 때까지 공사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전체 공사비 1000억원 중 700억원 정도다. 삼성물산은 반포 1단지 3주구 공사비 8000억원을 모두 자체 자금으로 준공한 뒤 후분양하되 이자는 일반적인 금융권 조달금리(4% 정도)보다 훨씬 낮은 1.9%만 받겠다고 한다.

강남 재건축이 후분양으로 가면 일반분양자는 시세차익이 감소하는 데다 분양 계약에서 잔금 납부까지 기간도 짧아지므로 자금 마련 부담도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