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신종자본 발행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

건전성기준 완화 기대도

[헤럴드경제=한희라·홍태화 기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하지만 시장에서 이들에 대한 투자가 외면받으면서 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하릴없이 연기되고 있다. 보험사들은 ‘연기’라고 애써 항변하지만, 하반기에 상황이 다급해지면 조달 조건이 더 나빠질 수 있어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3000억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하반기로 미뤘다. 1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이 233%로 나쁘지 않지만 지난해 말(237.35%)보다 떨어졌고 내년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성이 크다.

동양생명은 4월을 목표로 3억달러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으나 최근 하반기로 일정을 미뤘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채권시장 상황이 악화된 데다, 입국 제한에 해외 로드쇼도 불가능해졌다.

NH농협생명도 올해 안에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지만 상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 1분기 RBC비율은 191.64%로 업계 하위권(평균 285%)이어서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연내 발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발행시장이 받아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문제”라며 “금리를 올려서 발행하면 자산 운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 부담까지 커진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도 “시장 안정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가면서 하반기에 보겠다”며 “당장은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피하려고 금리를 올려서까지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마당에 보험사가 신종 자본증권을 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자본 확충을 미루다 시간에 쫓겨 지금보다 더 불리한 조건으로 발행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건전성 기준 완화에 대한 기대도 있다. 새 건전성 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수정안이 이번달 나올 예정이다. 킥스는 보험 자산·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에 맞춰 보험사의 가용자본이 요구자본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인지 측정하는 규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몇천억원 규모를 발행해도 금리 인하가 지속되면 자본을 한정 없이 늘려야 해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얘기를 한다. 감독제도나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어 일단은 지켜보자는 게 최근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