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도주 우려·증거인멸 가능성 낮은데…‘압박용’ 우려
“증거인멸 우려 가능성만으로 구속 어려워”
[헤럴드경제 정세희 기자]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가 열린 가운데 재계와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애초에 무리였기 때문에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현행법상 구속영장 청구 사유 원칙에 맞지 않고 검찰이 만든 수사심의원회 제도를 무시하면서까지 보여주기식 압박용 수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불구속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영장 심사 결과는 9일 새벽께 나올 전망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계열사 합병·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재계는 1년7개월간 수사로 필요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희박하다는 점을 내세워 불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재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였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는 ▷주거 불명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등 세 가지다. 재계는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 중 어느 하나도 이 부회장에게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고 주장한다. 재계 관계자는 “우선 이 부회장은 주거지가 일정하다”면서 “최근 시민단체가 자택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 정도로 그 위치까지 일반에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도주 우려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기업의 총수로서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증거 인멸에 대해서는 이미 1년 6개월 이상의 수사로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 역시 낮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관련 수사가 1년 6개월 이상 이어지는 동안 이미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110여 명에 대해 430여 회나 소환 조사를 실시했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지금에 와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해 2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면서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명재권)는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며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 부회장 압박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원철 변호사는 “검찰이 긴 수사 과정중 증거를 충분히 수집했다면 지금 시점에서 구속영장 청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을까 싶다”면서 “특히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서 삼성의 사실상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사건 외적인 부문에 대한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상균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는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인데, 이 부회장이 혐의를 부인한다 하더라도 검찰이 기소를 할만큼 혐의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영장이 발부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따라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구속하는 사례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이 발부한 사전구속영장 건수는 2만4044건으로, 2015년(3만1158건)에 비해 2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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