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실사 후 본입찰 무기한 연기

택배업계 특수에도 인수전 ‘시들’

“C2C 중심·대리점 계약 방식으로 ‘밸류업’ 매력도 높지 않아”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올초만 해도 인수합병(M&A) 시장 대어로 평가받던 로젠택배 매각 시계가 멈춰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주목받으며 매각 특수까지 점쳐졌지만, 예상 외로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로젠택배 매각은 지난 4월까지 진행한 실사 이후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매각주관사 씨티글로벌증권마켓이 지난 1월 진행한 예비입찰에서는 FI(재무적 투자자)로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웰투시인베스트먼트, JC파트너스가 참여했고, SI(전략적 투자자)로는 위메프가 참여한 바 있다.

이후 신세계그룹이 쓱닷컴(SSG.COM)을 통해 인수 검토에 들어가 신세계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지만, 실사 후 최종적으로 검토를 철회하면서 딜이 표류하게 됐다는 게 업계 평가다.

앞서 로젠택배 지분 100%를 보유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베어링PEA는 지난해 말 매각에 돌입했다. 매각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13년 인수해 7년여째 보유하고 있지만 올해도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아 딜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까지 도달했다.

택배업계와 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매물 자체 매력도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당초 로젠택배는 4000억원대 희망 가격을 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수천억원대 인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8% 안팎에 머무르고 있는 시장 점유율로, ‘규모의 경제’가 바탕인 수수료 경쟁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대거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경쟁사들과 달리 소비자간거래(C2C) 중심인 사업구조와 물류 터미널 등 보유 자산이 거의 없는 ‘애셋 라이트(Asset-light)’도 약점이다. 최근 유통업체들과 물류업체들은 신선제품 시장을 두고 투자 경쟁을 벌이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로젠택배에서는 이같은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각 지역 대리점들이 본사와 계약하고 영업하는 구조로 비즈니스모델이 구축돼 있어, 본사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운영과 실적 제고가 어렵다는 점도 적극적인 인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4월 실사 후 4월 말~5월 초 본입찰이 예정됐지만 현재는 딜 관련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며 “로젠 측은 5%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들어 4000억원대 희망가를 제시하고 있지만 예비입찰에서 원매자들이 제시한 가격은 3000억대로 시각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