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법조계 논란

소송만으로 낙인찍혀…기업에 치명적

감사위원 분리선임, 투기자본 입김 우려

법무부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다중대표소송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해묵은 입법 타당성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법무부는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될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하지만, 기업법 전문가들은 자본다수결 원칙과 사적자치를 지나치게 제한해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한다.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11일 입법예고하며 “기업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불합리하거나 불명확한 법령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법 전문가들은 다중대표소송의 경우 해외 입법례가 많지 않은 데다, 상법 개정안 요건이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고 비판한다. 대표적 국가인 미국에서도 모회사가 자회사의 주식 전부를 소유하거나, 적어도 지배주주의 지위에 있는 등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대륙법계에서는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된 입법례가 없다.

한국기업법무협회 회장인 남영찬 법무법인 클라스 대표변호사는 “기준 요건이 너무 완화돼 있다는 게 문제”라며 “법원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소송을 당했다는 자체만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효과가 있다. 나중에 문제가 안될 것을 가지고 작은 주식을 가진 사람이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본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 요청에 따라 한국기업법연구소가 연구용역을 수행한 ‘회사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적 개선 방안 연구’에서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완전모자회사 외의 지배·종속관계에서는 다중대표소송의 남용방지를 위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다중대표소송 또는 이중대표소송은 100% 모자회사 외의 경우에는 법인격의 독립이라는 근대 사법 및 회사법의 대원칙과 모순되므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염승열 법무법인 이제 미국변호사는 “예컨대 한국 모회사의 주주가 해외 자회사의 손해에 대해 해당 자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크로스보더 M&A(외국회사 인수·합병)’ 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인다”며 “해당 국가의 법제와 개정 상법 간의 충돌 가능성으로 인한 집행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이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를 활용하면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고, 기관이나 펀드 등 투기자본이 원하는 인물을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현행법상 금융회사에 특화된 지배구조인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으로 확대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 사내변호사로 일했던 한 변호사는 “감사를 하기 위해 들어온 사람이 이사가 돼 회사의 의결권에 영향을 행사한다면 경영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좌영길·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