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기업 옥죄기 내용 수두룩

어느 나라도 시도한적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도 담겨

재계 당혹…‘巨與 횡포’ 비판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들은 모두 기업의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던 정부가 돌연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무력화시키는 규제 법안을 추진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기업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계 관계자)

혹시나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정부와 여당의 기조는 초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며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요구하는 정부의 외침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기업인들의 예상이 어김 없이 들어맞고 있다. ▶관련기사 4면

정부가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공정경제’ 관련 법안들을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무더기 입법예고하자 재계 전반에 당혹감이 가득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들이 법안에 담기자 과반 의석을 훌쩍 뛰어넘는 거대 여당의 횡포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가 지난 10일 각각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과 상법 일부 개정안에는 기업을 옥죄는 내용들이 즐비하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지주회사 규제 강화를 비롯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담겼다. 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포함됐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해고자와 실업자의 기업별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20대 국회에 제출된 내용에서 변함이 없이 규제 법안들이 줄줄이 입법 예고되자 재계는 정부가 거대 여당의 힘을 토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업들은 공정 경제를 실현하려는 정부의 취지를 공감하면서도, 법안의 규제가 주요 선진국들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전 세계 어느나라도 도입하지 않은 전대미문의 법안으로 꼽힌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할 때 3%의 의결권 제한 장치까지도 뒀다. 감사위원은 사내이사로도 등재돼 기업의 이사회 기능을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회사의 이사가 자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일정 수 이상의 모회사 주주도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도 일본을 제외하곤 전 세계 어느나라에도 도입되지 않은 규제다.

역시 우리나라에만 있는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이번에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 대기업 상장사’에서 ‘20% 이상 상장사’로 확대되면서 경영상의 필요 등으로 불가피하게 내부 거래를 하는 기업들은 당장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대 미문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데 대해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정부 여당이 가진 철학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시점에 이 같은 법안을 발의를 해야만 했는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동시에 기업들의 경영권이 약화되면 부당한 인수합병이나 경쟁 제한의 상황에 몰릴 수 있어 별도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