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한 동물보호 단체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바다거북의 콧구멍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는 장면이었는데, 그 해양 생물이 어찌나 괴로워 하는지 보고 있던 나도 콧구멍이 움찔거릴 정도였다.

그 전까진 ‘편한 게 좋은 것’이란 안일한 생각에 1주일에 몇 번만 시켜도 플라스틱 용기가 집안에 쌓이는 배달음식을 자주 이용했고, 빨대가 필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다. 하지만 바다거북이가 등장한 동영상을 시청한 후엔 가급적 일회용품을 덜 쓰는 방안을 선택하는 편이다. 덕분에 배달음식 주문 횟수는 줄었고, 커피를 주문할 때는 빨대가 필요없다고 말한다.

필자와 같은 충격을 받은 소비자들이 많아진 덕인지 문재인 정부 이후 생활 환경규제가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도 이렇다 할 반발은 없었다. 환경규제는 존재 목적 자체가 인류의 탐욕으로 파괴된 지구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있다보니 필연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정부 압박으로 e커머스 업계가 택배포장을 외부 충격에 약한 종이상자로 바꿀 때도,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을 때도 소비자들은 묵묵히 정부 방침을 따라왔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의 환경 정책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종이박스 사용을 금지한다고 했을 때 반발이 시작되다 최근 재포장금지법은 업계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지 이틀 만에 원점에서 재검토할 정도로 비난 여론이 거센 상태다. ‘1+1’ ‘4+1’ 형태의 묶음 상품을 모두 금지해 업계가 관행적으로 해오던 할인 프로모션 마케팅을 원천봉쇄했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으로 시행이 재검토된 이 두 정책의 공통점은 유통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점이다. 종이박스 규제는 박스와 같이 쓰이는 유리 테이프와 비닐끈 사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다 보니 작은 장바구니를 사용해서는 쇼핑한 물건을 집에 가져오기가 힘든, 소비자들의 대형마트 이용 실태가 고려되지 않았다. 특히나 유통업계가 e커머스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사용의 불편함은 고객들을 빠른 속도로 e커머스로 몰아가는 효과로 나타나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포장금지법도 마찬가지다. 한 번 더 포장되면서 사용되는 비닐이나 유리 테이프에만 집중하다보니 재포장의 제품 보호기능이나 할인 마케팅에 따른 소비자 편익 등은 생각해보지 않은 듯하다. 특히나 가이드라인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묶음 할인을 금지하는 현행법에 맞게 번들용 소형 패키지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고민을 했던 식품·유통업계도 영업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환경규제는 ‘불편함’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환경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국민의 불편을 당연하게 생각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환경정책이 소비자는 물론, 식품·유통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책을, 특히 규제를 만들 때는 현실에 입각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환경을 지키려는 대다수 국민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