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은 김윤식의 서예철학 “30년 실력 1분만에 뿜어내… 공짜로 주면 후배 설자리 없어져”

김 회장이 쓴 좌우명 ‘등고자비’
김 회장이 쓴 좌우명 ‘등고자비’

“서예 작품은 30년의 실력을 1분안에 뿜어내는 시·공간의 예술입니다”

김윤식 신용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서예 국전심사를 맡을 정도의 진짜 ‘예술가’다. 호는 여은(如隱)이다.

그에게 서예는 ‘생과 숙, 그리고 다시 생’으로 돌아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결정체다.

“‘서예라는 것이 흰 종이에 검은 줄 그어놓고 돈을 받아가는 것은 사기 아니냐’고 말씀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적벽부 같은 긴 문장을 쓰면 처음 쓴 글과 뒤에 쓴 글의 먹색이 달라진다. 일필휘지로 써야 한다. 순간적으로 써야한다. 30년동안 기른 실력을 짧은 시간 안에 종이에 쏟아내야 한다. 서예는 순간과 공간의 예술이면서 압축 예술이다. 선 하나에 뼈가 있고 비계가 있고 피부가 있고 신경이 있다”

서예가 답게 김 회장은 추사 김정희 얘기를 꺼냈다.

“추사 선생님은 살아있는 선을 그리셨다. 돌아가시기 직전에 쓴 ‘판전(板殿)’이라는 두개의 글자를 보자. 얼핏 경상도 말로 ‘얼빵’해 보이지만, 사실 ‘전예행초’를 다 녹였다.

역시 대가다. 그 글씨를 흉내내려면 왼손으로 붓을 잡아야 한다. 오른손으로는 흉내를 내기가 어렵다. 사실 아기가 처음 태어나면 순수한 글씨를 쓰다가 자라면서 점차 글씨에 꾸밈이 들어간다. 생(生)과 숙(熟)이다. 생은 숙을 거쳐 다시 생으로 돌아간다. 추사의 마지막 글씨는 가장 순수한 때의 모습이다. 그 속에는 ‘숙’의 단계들이 녹아있다. 이게 법고창신이다”

1분만에도 완성된다고 해서 서예 작품을 ‘공짜’로 보는 세간의 인식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서예 얘기를 맺는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사람들이 자꾸 작품을 (공짜로) 달라고 한다. 저는 절대 그냥 안준다. 선배들이 작품을 자꾸 공짜로 주면 후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사실 요즘 문 닫는 곳들도 너무 많다.

서예도 다른 예술 작품들처럼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정리=홍석희·박자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