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157㎡ 신고가 26억원 거래…“현금부자 많아”

장기투자 목적 보유 많아 매물 부족…실거주 여건은 열악

“임대 늘리는 공공재건축 반대” vs. “하루라도 빨리 새 집”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이민경 기자]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이민경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개별 난방도 안 되고, 아직까지 라디에이터를 써야 하는 엄청나게 낡은 아파트에요. (정부가 내놓는 재건축 방안이) 아주 나쁜 조건이 아니면 받아들일 거 같아요. 생각보다 빨리 새 아파트로 바뀔 수 있으니까요.”(여의도 시범아파트 소유주 A씨)

23일 정부가 도심지역 주택공급 방안으로 공공재건축 방식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상 단지로 꼽힌 곳들 중 하나인 여의도 시범아파트에서도 기대감이 커졌다. 1971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24개 동, 1578가구 규모 동여의도에 위치한 대형단지다. 63빌딩과 여의도성모병원과 인접해있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날 시범아파트 내 가장 대형인 157㎡(이하 전용면적)가 역대 가장 높은 26억원에 거래됐다. 거래된 매물은 매도자가 3년 이상 보유한 매물로 소유주(조합원) 자격 승계가 가능하다.

국토부 실거래가 기록에 따르면 같은 면적의 직전 최고가는 지난달 20일 22억7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외에도 지난달 25일 118㎡가 ‘최고가’인 20억원에 거래됐다.

A공인 대표는 “가장 작은 61㎡가 매매가 14억원대인데, 이건 매물이 없다”며 “나와 있는 물건은 16억원대 79㎡ 하나와 그보다 더 비싼 대형만 있다”고 했다. 그는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는데, 생각보다 현금 부자가 많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여의도 시범아파트[이민경 기자]
여의도 시범아파트[이민경 기자]

현장에선 다만 공공재건축 추진 소식 때문에 급격하게 가격이 오르거나 매물 부족 현상이 생긴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매매가는 이전부터 미래가치가 있어서 오르는 추세였고, 장기투자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이 많아 매물이 원래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십수억원에 달하는 매매가와 달리 전세가는 비교적 낮은 가격대로 형성돼있다. 61㎡ 전세가가 2억5000만~3억원, 79㎡는 3억5000만원대, 118㎡가 5억원~5억5000만원대 수준이다.

인근 B공인에서는 “연식이 50년이 되다보니까 실거주하기엔 조건이 매우 안 좋다”며 “보안도 좋지 않아서 여자분들한테는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고 상담했다.

[이민경 기자]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2017년 5월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은 이후 더 진전되지 않고 있다. 2018년 1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하다 ‘용산·여의도 통개발’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로 집값 과열현상이 나타나면서 2년 가까이 사업이 중단됐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도심 고밀 개발론을 꺼냈고, 서울시도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의 재건축 인허가 행정절차를 진행하자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고 알려졌다.

현장에선 좀 더 관망해보자는 의견부터, 임대비율이 높아지는 공공재건축은 절대 반대한다는 강경론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같은 지역 C공인 대표는 “여기는 20년 전부터 재건축 이야기가 나왔지만 허가를 안 해주고 있지 않나”라며 “게다가 재건축이 실제 시작된다고 해도 입주까지는 6~7년은 더 걸린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단지 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공재건축 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게 아니다”라며 “서울시가 가진 땅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유지인데 왜 마음대로 공공재건축 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현했다.

공공재건축 방식을 택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시행사로 참여해 재건축 기간은 좀 더 단축되지만, 조합원들이 얻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주지만 공공임대 물량은 늘어난다.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보고 찬반 입장을 정하겠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한 소유주는 “(임대 등으로) 사업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빨리 재건축이 되면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발표할 세부 내용이 아주 나쁜 조건이 아니라면 받아 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땅의 일부만 시 소유이므로 조합원이 끌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나라에서도 도심 내에 (주택을)공급하려면 이런 땅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조금씩 양보해가는 그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