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서울이 외국 투기 자본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 거래에 대한 뉴스를 읽다 보면 종종 이런 분노가 담긴 댓글을 마주한다. 하지만 과한 측면이 있다. 경쟁 입찰에 참여해 따낸 결과물이기에 '악덕 투기성 자본'으로 규정짓기는 힘들다. 외국인 투자자들만 누릴 수 있는 규제 사각지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놀이터'라는 비난도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서울 핵심 입지에 자리한 우량 오피스빌딩의 가격을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끌어올리고 있다는 데는 많은 전문가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매각 막바지에 접어든 서울 강남구청역 사거리의 오피스 '더피나클강남'이 대표적이다. 매각자 측은 현재 싱가포르계 글로벌 운용사인 메이플트리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상태인데, 메이플트리가 써낸 가격은 3.3㎡당 3400만원 수준으로 국내 오피스빌딩 거래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에는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가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컨소시엄에 매각됐는데, 당시 3.3㎡당 가격은 시장에서 예상하던 2000만원을 훌쩍 웃도는 2200만원대에 책정됐다. 최근 강남 아파트 '삼성월드타워'를 통매입했다가 토해낸 이지스자산운용의 주요 투자자 안젤로고든도 당시 입찰에 참여했다.

내로라하는 외국계 '큰손'들이 서울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는 데에는, 전세계적인 팬데믹 국면에서 서울이 비교적 전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경제활동도 유지되는 도시라는 점이 한몫했다. 글로벌 부동산자문사 CBRE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 상업용부동산 거래 규모가 620억달러(약 73조원)에서 410억달러(약 48조원)으로 34%가량 감소할 때, 서울 거래 규모는 약 7조4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2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비중 역시 2%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외국계 자본의 유입은 수요자를 다변화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투자자가 내수 자본으로 한정되면, 국민연금과 같은 지배적 투자자들의 전략이나 정부 규제가 바뀔 때마다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 외국계 자본의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영국 런던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최근 수년 브렉시트 논란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것을 참고할 만하다. 현재 서울 상업용부동산 시장 내 외국계 자본 비중은 10%에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세밀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규제는 짚어볼 사안이다. 예컨대 새로운 펀드를 설정하거나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설립해 자산을 인수하는 대신, 이미 운용되고 있는 펀드의 수익증권만 넘겨받으면 투자자는 취득세를 내지 않는 허점이 있다. '투자 상품에까지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지만, 부동산의 실질을 지배할 경우에는 아무리 간접투자기구(법인)로 투자하더라도 취득세를 내도록 한 지방세법 취지와 상반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각자 측도 투자설명서를 통해 "추후에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판국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꺼리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일부 수요 위축을 감내하고 세금 우회 통로를 원천 차단하든, 혹은 규제 사각지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논리를 내놓든. '글로벌 도시 서울'을 위해 금융당국이 입장을 확실히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