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시장 매출액 美 뛰어넘어

“유행병처럼 퍼진 자체검열”

미국 영화제작의 본산 헐리우드가 중국 눈치를 보는 경향이 고착화하고 있다. 디즈니의 기대작인 ‘뮬란’이 4일(현지시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플랫폼(OTT)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개봉하는 걸 계기로 해 나오는 지적이다.

중국 영화시장이 미국을 곧 따라잡을 태세인 데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탓에 산업이 움츠러들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콘텐츠 제작은 불가능할 거라는 진단이다.

디즈니가 이날 공개하는 ‘뮬란’은 중국 한(漢) 왕조 때 여전사의 얘길 다룬 영화다. 전 세계 매출 전망치는 10억달러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중국이 차지할 걸로 전문가는 본다.

미·중 갈등이 첨예한데 중국 여전사를 영웅으로 묘사하는 콘텐츠를 미국 영화팬도 보는 아이러니다.

중국이 미국 블록버스터를 검열할 정도로 성장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영화 티켓 판매(박스오피스) 면에서 중국은 사실상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시장이 됐다.

문화·인권 관련 비영리단체 펜아메리카에 따르면 중국의 2023년 박스오피스 매출은 155억달러로 추정된다. 미국의 2019년 매출은 114억달러다.

펜아메리카는 올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걸로 추정했다. 중국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에서 미국에 훨씬 앞서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이다.

시장 지배자가 중국이 됐기에 영화 콘텐츠도 그쪽 구미에 맞는 걸 만들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도 공산당이 좋아하지 않는 활동에 참여한 영화 제작사나 배우의 자국 시장 진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미 영화판에선 1997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티벳에서의 7년’ 트라우마가 아직도 선명하다. 중국의 티벳 침략으로 주인공이 피해를 입은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제작사인 컬럼비아트라이스타가 5년간 불이익을 당했다.

앤 코커스 버지니아대 조교수(미디어학)는 “헐리우드에서 자체 검열이 유행병처럼 퍼졌다”고 했다. 펜아메리카에서 활동하는 제임스 테이거도 “중국에 잘 보이려는 내용을 영화에 포함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고 지적했다.

헐리우드 영화에선 러시아·중동인이 테러리스트로 줄곧 묘사됐지만, 중국인을 악역으로 다룬 건 찾아보기 쉽지 않다.

법무법인 그린버그글루스커의 슈일러 무어 파트너 변호사는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10년 동안 어떤 나쁜 중국인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내가 중국에 반하는 주제가 있는 원고를 보면, 고객에게 ‘결코 중국에선 베급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중국의 검열을 피해 영화를 만드는 추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중국 정부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만 하면 전 세계 관객이 중국 사회의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는 “팬데믹으로 세계 대부분의 극장이 문을 닫아 영화산업은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경제적 격변은 제작사가 중국에 맞서봐야 좋을 게 없다는 걸 뜻한다”고 지적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