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경상남도가 애초 계획했던 '공공배달앱'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공공배달앱이 민간배달앱에 비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배달업계는 공공배달앱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경남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공공배달앱 사업에 대한 논의를 중단하고 사업계획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경남도청은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논란이 거세진 지난 4월 적극적으로 공공배달앱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경남도가 공공배달앱 사업을 보류한 이유는 공공배달앱이 현실적으로 민간배달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오랜 기간 논의했지만 민간배달앱에 비해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남도뿐 아니라 창원시·양산시 역시 공공배달앱 개발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이미 출시된 공공배달앱도 차별화 없는 서비스, 운영 미숙에 따른 잦은 오류 등으로 이용률이 급감하고 있다. 군산시의 '배달의명수' 경우 지난 4월 6만 8000명이던 월간 활성 이용자(MAU·안드로이드 기준)가 9월 2만 4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배달의명수' 이후 인천시 '배달서구',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 등 공공배달앱이 줄줄이 출시됐지만, 차별화된 소비자 혜택은 전무하다. 0%에 가까운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음식값은 기존 배달앱과 동일하다. 오히려 일부 가맹점은 더 비싼 배달비를 받았다.
혈세로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가 이달 말 선보일 공공배달앱은 구축 예산만 21억원이 책정됐다. 군산시 '배달의명수'의 경우 개발에 1억3000만원이 들어갔고 연간 1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또한 지자체 공공배달앱 내에서 사용되는 '지역화폐'의 경우 할인금액을 세금으로 보전한다.
이경미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결국 소비자와 외식업주 모두 효율성·편의성에 기반을 둔 앱 주문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공공배달앱 개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 조달 등에 대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