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표 손경식 회장 등 재계와 전격 회동
재계 기업규제3법에 대한 우려 가감없이 전달
손 회장 “경영위기 극복·고용유지 전력할 때”
여당 “보완하겠지만 방향 바꾸기 어렵다” 입장
기업인들의 절박한 호소가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재계와 여당이 기업규제 법안 처리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6일 오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기업규제 법안에 대한 우려를 가감 없이 전달했지만, 이 대표는 법안 처리의 지연이나 방향의 수정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향후 적잖은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계 규제 입법 강한 우려 전달…여당 개정 작업 강행=손 회장은 이날 “경제계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법안들에 대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전반적으로 기업하는 분위기도 매우 무겁다”라며 “기업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 대표님께 절박한 심정으로 건의드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공정3법(기업규제 3법)을 정기국회 내 처리시키겠다”며 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손 회장을 대표로 한 주요 그룹의 사장단과 이 대표가 국정감사 개시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가진 회동이 끝내 무거운 분위기 속에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는 당초 이날 만남에 적잖은 기대를 걸어 왔다. 만남이 마포구 경총 회관에서 이뤄진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측의 조율로 이 대표가 손 회장을 찾는 형식으로 성사됐기 때문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최근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기업규제 법안에 대해 이 대표가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달 22일 국회를 찾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게 “기업규제 3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의견을 듣겠다. 당연히 그 일환으로 경제계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기업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이 대표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손 회장은 “생산, 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고용도 민간부문에서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현재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고용상의 위기를 어떻게 버텨낼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위기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기업인들의 시각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코로나19 위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당면한 경영위기 극복에 전력투구하고, 모든 가용자원을 투자와 고용유지에 투입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재계 강한 우려 전달에도…여당 보완입법 시사, 개정 작업 강행= ‘우려’, ‘위축’, ‘부담’, ‘걱정’. 이는 손 회장이 이 대표를 향해 기업규제3법과 노조법 개정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단어들이다.
이날 만남에서 손 회장은 서두에 국회의 규제 입법 환경에 대한 아쉬움부터 쏟아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하고 나아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국회에는 기업경영과 투자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부담을 늘리는 법안이 200 건 넘게 제출돼 있어 경제계로서는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규제 법안 가운데 재계는 기업규제3법과 노조법 개정을 정면으로 지목해 건의했다. 이들 법안이 기업에 가져올 후폭풍이 막대하다는 점이 간접적으로 강조된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임은 투기목적의 해외펀드나 경쟁기업들의 외부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체제의 근간이 위협 받을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익편취규제대상 기업 범위(일감몰아주기)를 확대하는 것은 해외기업으로 물량이 전가되는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 경고했다. 또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투쟁적이며 파업이 가장 많은 우리 노사관계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켜 사용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기업인들은 또 이날 줄곧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국회의 역할을 한결같이 주문했다. 손 회장은 “시급하지 않은 경제제도에 관한 사안들은 우리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에 중장기적으로 다루어 나갈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이같은 기업의 목소리를 접한 이 대표를 포함한 여당은 기업 규제 법안의 보완 작업에만 여지를 뒀다. 법안 처리 의지는 분명히 했다. 개정 법안들은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법안 처리를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외국 헤지펀드의 경영권 위협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만 관련 보완 입법 작업을 진행하되, 법안 처리는 이번 정기국회 내에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권 정치인들은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대화의 장을 만들어놓고는, 후에 자신들의 입장을 강행하며 ‘뒤통수’를 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라며 “이번 규제법안들에서도 비슷한 전개과정이 벌어지는 것 같아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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