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씽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운영하는 수직농장. [엔씽 제공]
엔씽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운영하는 수직농장. [엔씽 제공]

직장생활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시골 내려가 농사나 지을까”라는 말을 던진다면 최신 트렌드를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 1차 산업에 머물렀던 농업은 최근 IT와 접목돼 유망한 신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농업 도약의 주역은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물에 센서,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도입해 작물관리를 원격으로도 할 수 있게 한 스마트팜이다. 신기술을 만난 농업은 ‘애그테크(ag-tech·농업과 기술의 합성어)’라 불리며 각광받고 있다.

외국에서는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는 분야가 애그테크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이조스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미국의 애그테크 스타트업 플렌티에 투자했다. 실내 벽면에 작물을 키우는 수직농장 기술로 유명한 플렌티는 누적 투자액만 2억6000만달러(3078억원)에 달한다. 로저스홀딩스를 이끄는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도 농업을 향후 유망산업으로 꼽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2010년부터 농업의 변모가 시작됐다. 특히 네덜란드는 스마트팜 보급률이 99%일 정도로 보편화됐고, 기업이 주체가 돼 가장 선진화된 시스템을 운영한다. 노지농사 비중이 높은 미국도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IT를 활용해 농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농업에 IT를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17년께. 2010~2012년부터 시작했던 기업형 농업국가들에 비해 다소 뒤졌지만 아시아에서는 상위권 국가로 꼽힌다. 그린랩스 외에도 엔씽, 팜에이트 등의 에그테크 스타트업들이 탄탄한 투자실적을 바탕으로 스마트팜을 선보이고 있다. 그린랩스는 농사의 범위를 넘어 축산업, 수산업(양식) 등으로도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엔씽은 화분에 달린 센서로 흙 속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화분 플랜티가 대표상품. 최근에는 스마트 화분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컨테이너형 농장 플랜티 큐브를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팜에이트는 지하철역 안에 ‘메트로팜’이라는 스마트팜을 구축했다. 실내에서 온도와 습도, 조명 등을 제어해 엽채류 등을 길러낸다. 메트로팜은 서울의 지하철 역사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려는 서울교통공사의 수요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앞세운 애그테크는 생산량 증산, 농업에 대한 진입장벽 완화 뿐 아니라 친환경 농법을 활성화 한다는 장점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쿠아포닉스다. 이 회사는 흙 없이 작물을 물에 띄워 키우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물고기가 사는 어항과 결합됐다는게 특징이다. 물고기의 배설물이 작물에 양분이 되고, 식물 뿌리로 정화된 물이 다시 물고기가 사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최근 그린뉴딜의 영향으로 전통 제조업과의 협업 문의가 많아졌다”고 전한다. 공장에서 나오는 폐열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식물을 길러내면 제조업에는 환경친화 경영이 되고, 스마트팜은 원료를 얻게 돼 ‘윈-윈’인 셈이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