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전쟁’ 선포 아랑곳 여전히 시달려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이용 공매도로 처벌

엔론, 공매도 투자자 6000억 챙긴 성공 사례

니콜라·나녹스, 행동주의 투자자 저격에 폭락

“한정판 짧은 반바지(short shorts)를 지금 단돈 69.42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같은 글과 함께 ‘테슬라 쇼트 쇼츠’를 판매하는 테슬라 온라인 쇼핑몰의 링크를 올렸다. 반바지 뒷면에는 테슬라의 전기차 라인업을 뜻하는 ‘S3XY’가 새겨졌다.

머스크는 공매도 투자자(쇼트 셀러·short seller)를 비꼴 때 쓰던 ‘쇼트 쇼츠’를 실제 상품으로 출시하며 데이비드 아인혼 헤지펀드 매니저 등 테슬라에 부정적 평가를 내렸던 공매도 투자자들을 겨냥했다. 이 상품은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모으며 전량 품절됐다.

공매도 비중이 큰 해외 증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 주요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매도 규제 수준이 높고, 공매도 비중이 낮은 국내 증시에서도 공매도는 끊임없이 불거지는 난제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로 골머리를 앓은 기업은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셀트리온은 2008년 코스닥 상장 후 10여 차례 공매도 세력에 의한 루머와 집중적 공매도에 시달렸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11년 11월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이듬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공매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공매도에 지친 서 회장은 급기야 2013년 4월 “보유 중인 지분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는 강수까지 뒀다.

서 회장은 보유 지분을 담보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한편 ‘셀트리온 주주모임’ 대표와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이후 실적 성장을 이루며 2018년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하지만 공매도는 계속 셀트리온을 따라다녔고, 올해 1월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달 JP모건이 셀트리온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를 낮춘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도 공매도 의혹이 불거졌다. 공매도에 베팅한 외국계 증권사가 차익 실현을 위해 일부러 주가 하락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불성실 공시로 공매도를 악용한 사례도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29일 장 마감 후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발표했다. 9월 30일 주가는 개장과 함께 전거래일보다 5.48% 급등했다.

그러나 오전 9시 28분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이 자사가 제공한 항암제 개발을 중단했다는 악재성 공시를 올렸고, 주가는 급락해 18.06% 하락 마감했다. 이날 공매도 거래량은 전날의 13배 이상으로 폭증했고, 공매도 세력은 최대 23.24%의 수익을 챙겼다.

문제는 전날 오후 내부 직원이 계약 파기 정보를 지인에게 넘겼다는 점이다. 검찰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45명을 적발했고, 증권선물위원회는 부당이득을 얻은 14명에 총 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외에선 엔론 사태가 공매도 투자자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헤지펀드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의 짐 채노스 회장은 엔론의 회계 조작을 의심해 2000년 11월 공매도를 시작했다. 실제로 장부를 조작했던 엔론은 2001년 12월 파산했고, 채노스는 약 5억달러(약 6000억원)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힌덴버그 리서치, 시트론 리서치가 낸 ‘사기 의혹’ 보고서에 니콜라와 나녹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가 도마에 올랐다.

공매도가 외국계 투자자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 101곳 중 외국계 금융회사가 94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증선위는 지난달 무차입 공매도 금지를 위반한 외국 운용사 및 연기금 4개사에 총 7억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