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전문가 “중소·중견기업 중심 활발한 딜”
규모의 경제 구축·좀비기업 도태 두축 진행
언택트 모델 부각…비핵심사업 정리도 관심
인수합병(M&A) 시장 흐름을 관측해 온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 위기로 한계기업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매물절벽 시기를 거쳤다고 입을 모은다.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으로 일단은 기업 수명을 연장하기로 한 정부 방침 때문이다.
M&A 각 단계에서 실사와 재무, 경영자문 등을 제공하는 회계 전문가들은 내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딜은 미들마켓에 집중돼, 국내 산업계 허리격인 중소·중견기업에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회계법인들은 내년 구조조정 딜 시장을 주목하며 관련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내년 구조조정이 집중될 업종을 비교 분석하고, 대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투자 주체들과 시장에 나올 잠재 매물 사이 가교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내년에 본격화할 구조조정은 산업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양상이 될 것이라고 회계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 법인의 구조조정 전문 파트너는 “산업은행과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등 정책자금 역할이 커지면서 산업군 경쟁력을 고려한 구조조정이 우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축으로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과 같은 규모의 경제 형성, 한축으로는 좀비기업들의 도태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고용 유지 등 정부방침이 유효하다면, 통폐합 또는 파산 유도는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PwC는 최근 내년 구조조정이 일어날 업종으로 소비재, 여행레저 및 호텔, 항공업, 자동차, 에너지 및 인프라 등 5가지 산업군을 제시했다. 멤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6월 조직개편을 통해 꾸려진 사모투자, 대기업, 대체투자, 구조조정, 프라이빗M&A 등 마켓 조직이 개별 시장 분석과 함께 딜 기회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삼정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 안진회계법인 등도 기업 구조조정 투자에 특화된 파트너들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구조조정 섹터 외 대기업들의 신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말부터 일반지주회사들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보유가 허용됨에 따라 CVC 설립과 스타트업 투자 검토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주목받았던 플랫폼, 소프트웨어 등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가 지속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진회계법인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한 유통소비재혁신그룹, 스포츠비즈니스그룹 등 특화 서비스로 관련 딜 창출에 나선다.
대기업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기 위한 카브아웃(carve-out, 사업부 매각) 딜 향방도 주목된다. 이에 맞춰 한영회계법인은 대기업 예상매물을 분석해 PE의 선제적 인수제안을 유도하는 ‘마켓 코디네이터’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회계법인들은 또 멈춰있던 크로스보더(cross-border, 국경간 거래) 딜 기회도 서서히 열릴 것으로 기대하며 현지 실사 역시 조심스레 예비하고 있다. 크로스보더 딜에 자문하는 한 파트너는 “대기업 주도로 해외 매물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올 한해 딜이 없었던 만큼 내년 폭증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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