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매물잠김에 가격 상승세 견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불신 영향 커
하방 요인 적어 강보합세 예상되지만
지방 중소도시선 정체 나타나기도
“버블은 언젠가 꺼져…매매에 신중해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주택 공급 세부 계획을 쏟아내며 가격 고점을 경고하고 있지만 시장 불안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주춤했던 매수심리는 두 달여 만에 반등한 뒤 보폭을 넓히고 있고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매물까지 잠기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한 각종 개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정부의 경고메시지가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2% 올랐다. 전주와 동일한 상승률로, 지난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2·4 대책 이후 상승세가 주춤하며 지난 3월 말 0.05%까지 상승률이 떨어졌지만 이내 반등세로 돌아서며 지난달 중순부터는 0.1%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도 지난 21일 기준 0.27%를 기록하며 상승 폭을 넓혀가는 추세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공급 쇼크’를 강조했던 정부는 매주 공급대책 세부 계획을 발표하며 기다려 달라는 신호를 보냈고 가격 상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최근 들어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집값이 고점에 근접했다며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고 한국은행도 지난 22일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집값이 고평가됐다며 대내외 충격을 받으면 대폭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고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매물 잠김, 전세난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시장 상황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은 철저하게 시장논리로 움직인다. 정부의 하향안정화 정책 추진, 금리 인상 가능성,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 가격 하락 변수가 있지만 모두 새로운 게 아니고 공급 부족, 저금리 등의 상승 변수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현 추세가 바뀌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불신 영향도 크다고 봤다. 강력한 규제책에도 수요는 폭발했고 공급대책을 내놨으나 한 발 늦었다.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심리전에도 나섰지만 공수표를 남발한 꼴이 됐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의 주 수요층으로 자리 잡은 2030세대는 정부의 집값 안정화 실패만 경험하고 실제 가격 하락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의 경고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크다. 4년째 정부의 말과 반대로 시장이 움직이지 않았느냐”면서 “주택 공급계획을 계속 발표하지만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은 갖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주택 가격이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는 가운데 시장 상황을 역전할 만한 새로운 요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공급 부족 심화에 따른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시장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도심지를 중심으로는 가격이 오르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으로 지방 중소도시에선 미분양이 나오거나 가격이 정체하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체가 심화되면 대도시로도 옮겨붙을 수 있다”고 했다.
고종완 원장은 “집값이 고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장에 거품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매물이 적체되는 순간 거품은 급격하게 꺼진다. 거품이 머지않아 꺼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매매에 신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