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정치원로 만난 尹

“정권교체 안 하면 부패 판칠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윤 전 검찰총장은 이날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윤석열 검찰총장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윤 전 검찰총장은 이날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진=윤석열 검찰총장 측 제공]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진보 성향의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나 ‘개헌 불가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윤 전 총장 측은 14일 두 사람이 이틀 전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2시간45분간 오찬을 하며 이러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공개했다.

최 명예교수는 당시 자리에서 “일각에서 개헌론을 꺼내지만, 지금은 개헌의 타이밍이 아니다”며 “지금은 집중화된 대통령의 권력을 하향·분산하는 개선책을 현행 헌법의 틀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개헌 논쟁은 대통령의 권력이 비대하고 총리와 내각, 의회에 역할이 부실한 데 따라 상황을 개선하자는 데서 나온 것”이라며 “헌법 조항에 있는 국무총리의 위상과 역할만 바로 구현해도 대통령의 권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이에 “청와대의 우월적 독점으로 인한 국정 난맥상이 심각하다”며 “비서실장, 수석과 심지어 행정관이 내각을 지휘하고 있다는 게 공직사회의 불만”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헌법 틀 안에 있는 총리의 역할이 보장되면 내각의 결정권이 많아질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집중화된 청와대의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자유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놓고도 뜻을 함께 했다.

최 명예교수는 “자유주의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주의는 반드시 다원주의도 동반해야 한다”며 “노동·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전 총장은 “공감한다”며 “자유시장경제가 건강히 작동하려면 기업이 공정한 경제를 헝클어뜨리는 행위에 대응해야 한다. 대기업이 시장의 자유경쟁을 저해하는 것을 막고 서민·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에서 반(反)독점법을 만든 것은 중요한 역사적 사례”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대화에서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고 말하는 개혁꾼들,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선동가들,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이날 최 명예교수를 만난 것은 그의 외연 확장 전략과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최 명예교수는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