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져 생물교사 접고 유학길

해양연구원에서 본격적 연구 시작

육상 광물자원 고갈·환경파괴 심각

국내 최초로 심해저광물 개발 착수

심해 유인잠수정 개발 시급한 과제

중국은 1만909m까지 잠수 성공

심해 열수분출구 주변 고세균 활용

대사과정 수소생산 미생물 연구도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은 “인류 필수 과제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 바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은 “인류 필수 과제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 바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인류는 그동안 미지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우주에 로켓을 보내 본격적인 우주탐사 시대를 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밀접한 바다는 어떨까. 인류는 바다 속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바다의 비밀이 좀처럼 벗겨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높은 수압과 냉장고처럼 차가운 수온, 그리고 빛이 없는 암흑의 세계 등 때문이다. 인간의 접근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 가혹한 환경 조건이 가장 큰 한계다. 하지만 바다는 식량과 식수문제, 그리고 자원과 환경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지구상 최후의 미개척 영역으로 꼽힌다. 국내에도 풀리지 않는 바다의 신비를 찾기 위해 30년간 바다와 동거동락한 인물이 있다.

“인류에게 필수적 선택이 된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가 바다에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방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해초, 해조류, 식물플랑크톤을 이용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은 인류가 바다에 주목해야할 이유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지난 30년간 바다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에만 몰두해온 국가대표급 해양과학자로 꼽힌다. 그는 젊은 시절 거의 해마다 한 달 가량은 국내 해양탐사선 ‘온누리’호를 타고 태평양 망망대해를 누벼왔다고 한다. 플랑크톤을 채집하기 위해 손으로 그물을 끌고, 바닥에 사는 생물과 퇴적물을 채집하려고 쇠로 된 무거운 장비를 바닥까지 내렸다 올려야 했다고 젊은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김 원장이 당초 머릿속에 그렸던 미래의 모습은 해양과학자가 아니였다.

“대학 전공은 생물학이었는데 2학년때 해양학을 부전공으로 택했습니다. 당시 여수 돌산도로 임해(臨海) 실습을 나갔었는데 바닷물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장면을 보게 됐습니다. 하도 신기해서 물을 떠서 현미경으로 봤더니 사과모양의 야광충이었습니다. 이때부터 더 자세하게 바다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이후 해양생물학을 선택, 학위를 마치고 서울여자중학교 생물학 교사에 부임했다. 2년간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바다였다. 바다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그는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김 원장은 “당시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공부를 한다는 결정에 반대가 심했었다”면서 “하지만 그 당시 선택이 현재를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후회는 없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6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친 김 원장은 지난 1993년 한국해양연구원(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전신)에 입사, 해양생물실에서 플랑크톤 관련 연구로 본격적인 바다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지하자원 매장량은 적지만, 산업 발전으로 광물자원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다. 육상 광물자원은 점차 고갈되고, 개발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커서 심해저 광물자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 심해저광물자원으로는 망가니즈각, 망가니즈단괴가 있는데 이들을 제련하면 산업현장에서 사용되는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가니즈 등 다양한 금속을 얻을 수 있다.

김 원장은 “1992년 대양 연구선 온누리호가 취항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심해저 망가니즈단괴를 탐사하기 시작, 그 결과 북동태평양에 대한민국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만5000㎢의 단독 해저광구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바다 속 노다지로 불리는 망가니즈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40여종의 유용광물을 함유하고 있는 감자모양 금속산화물이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광구에는 약 5억1000만t에 달하는 망가니즈가 매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해저광물을 가공할 수 있는 제련기술과 이들을 끌어올리는 양광기술을 개발한 상태” 라며 “아직까지는 육상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경제성이 높지만 육상자원이 고갈되고 금속자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KIOST는 깊은 바닷속에서 해양광물자원을 채굴하고 수중작업을 장시간 수행할 수 있는 무인 수중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에는 불도저처럼 캐터필러가 달려있다. 해저 연약지반에서 잘 갈 수 있도록 캐터필러로 구동되는데 바닥에 있는 망가니즈를 빨아들인다.

김 원장은 “수중 로봇이 지닌 유압을 이용한 로봇 팔, 암반파쇄 장치, 수중카메라, 자동화 항법기술 등에 대해 실해역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한 동시에 향후 세계 무인 수중로봇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해양학적으로는 대륙붕 수심인 200m 보다 깊은 곳을 ‘심해’라고 한다. 우주에 가려면 우주선이 필요하듯 심해를 탐사하려면 잠수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번째로 6000m까지 잠수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을 개발했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유인잠수정은 보유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KIOST는 심해 유인잠수정 개발을 추진해 왔는데 기술적 타당성은 입증했지만 경제성 평가의 벽은 넘지 못해 중단됐다. 해양과학조사와 탐사를 위한 유인잠수정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해양선진국 몇 개국에 불과하다. 지난해 중국은 자체 개발한 유인잠수정으로 마리아나 해구에서 실시한 테스트에서 심해 1만909m까지 잠수하는데 성공했다. 종전 7000m 기록을 8년 만에 경신한 것.

김 원장은 지난 2004년 국내 과학자로는 최초로 프랑스 유인잠수정 ‘노틸호’에 탑승해 태평양 심해 5000m까지 내려가 바다 밑에 숨겨져 있는 망가니즈와 심해생물 등 경이로운 심해환경을 직접 확인한 바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80년대에 수심 250m까지 잠항이 가능한 유인잠수정을 제작했지만 아직까지 심해 탐사가 가능한 유인잠수정 개발은 하지 못한 상태”라면서 “심해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유인잠수정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지구 생물권의 가장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는 심해는 새로운 생물이 발견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으로 지하자원의 새로운 개척지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심해 수산자원의 새로운 어장으로 심지어 이산화탄소 등의 폐기물질의 처리장으로서도 그 활용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더 연구가 필요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한다.

KIOST에서는 심해 열수분출구 주변에서 발견한 고세균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 1’으로 명명한 이 미생물을 연구한 결과, 다른 미생물보다 훨씬 많은 7개의 수소화 효소군을 가지고 있어 산소가 없는 고온의 공간에서 일산화탄소와 같은 폐기물을 섭취하고 수소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폐기물도 처리하고, 수소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김 원장은 “수소를 부산물로 내놓는 미생물은 이밖에도 몇 종류 더 있지만, 이 미생물은 다양한 물질을 먹을 수 있는 데다 대사과정에서 수소를 만들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아 ‘미생물 공장’을 현실화할 가능성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KIOST는 산업 현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을 개발했다. 부생가스에는 일산화탄소가 들어있으며, 국내에서 매년 1680만t, 세계적으로는 4억t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미생물을 이 새로운 ‘먹이’에 맞춰 적응시켰다. 2016년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1t으로 규모를 키운 배양기를 이용해 부생가스를 이용하는 공정을 시험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부터는 태안 서부발전본부에서 경동엔지니어링 주관으로 50t 규모의 배양기를 쓰는 실증(데모) 플랜트를 가동 중입니다. 1년에 330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수소자동차 1000∼2000대가 1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김 원장은 “온누리누스의 배양을 통해 바이오수소를 선박 내에서 자체 대량 생산하게 된다면 외부 연료공급 없이도 선박 항해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은 공상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지금의 많은 현실이 과거의 공상이었던 걸 생각하면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