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영국에서 여성 음주 운전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영국 사회조사협회(SRA)의 최신 자료를 인용, 음주 운전자 중 여성의 비중은 1998년 9%에서 2012년 17%로 14년만에 거의 두배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조사에선 여성 운전자 6중 1명은 지난 1년간 차량 주행 속도 제한을 넘겨 과속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세 이상 여성은 남성 보다 속도 제한 규정을 더 위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수십년에 걸친 음주운전 퇴치 운동의 결과로 남성의 음주 운전은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실제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979년 1640건에서 2012년에 280건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여성은 2009년 1만2663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2011년에도 9380명으로 여전히 많았다. 이는 40여년전인 1966년(193명)과 비교해 각각 64배, 48배 증가한 수치다.

국가의료서비스(NHS) 통계에 따르면 음주로 인해 건강 이상이 생긴 여성은 2002년 20만명에서 2010년 43만7000명으로 8년 새 배 이상 늘었다.

NHS 조사에서 2010년에 45~64세 여성 가운데 지난 한주간 술을 위험한 수준(14병)까지 마셨다고 응답한 비율은 20%였으며, 35병 이상 마셨다는 응답자도 4%나 됐다.

또 다른 조사에선 지난 한주간 술을 마신 여성의 53%가 하루 섭취 권고량 수준 이상의 술을 마셨고, 권고량의 두배 이상을 들이킨 여성도 24%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여성 음주 증가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 변화를 반영한다고 풀이했다.

크리스 뵈레 SRA 이사는 “과거에 비해 여성이 경제적으로 남성과 동등해지고, 사회적으로 독립되고, 전문직 종사도 늘면서, 보통 30대도 사회적 네트워킹 활동을 활발히 한다. 술은 사회 네트워킹 활동을하는 퇴근 이후 문화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여성 음주 증가를 90년대 ‘레데뜨(술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아가씨를 일컫는 말)’ 문화의 연장선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즉 70년대 태어나 9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흡연과 빈지드링킹(폭음)에 친숙한 세대다. 이들은 주로 와인을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에만 마시던 어머니 세대와 달리 슈퍼마켓에서 보다 값싼 술을 사다 자유롭게 마신다.

웨스트잉글랜드 대학교의 모리아 플랜트 알코올학과 명예교수는 “90년대 레데뜨 문화 이전에 여성에게 술에 취한다는 것은 자랑할만한 것이 못됐다. 이제는 이런 인식이 전 연령대 여성들 사이에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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