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 늘며 급성장세 보였던 토지시장
하반기 들어 거래량·거래금액 감소 추세
LH 사태 방지책으로 정부가 규제 나선 영향
“계절적 요인 있어 연말까지는 지켜봐야”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올해 초 활기를 띠던 토지시장이 하반기부터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귀했고 토지가격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총 거래금액이 줄어들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 투기 사태 이후 토지거래 규제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부 규제는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투자심리를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11일 밸류맵에 의뢰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전국의 순수토지(건축물을 제외한 토지) 거래는 3만2126건 체결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총 거래량은 늘겠지만 월 최고 8만건에 달했던 상반기 수준은 크게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토지 거래량은 하반기 들어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7월 6만1209건으로 6만건대 초반 선으로 내려앉았고 8월에는 5만5646건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적었다. 3월(8만3614건), 4월(7만5396건)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작년 월 평균 거래량이 5만건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예년 수준으로 돌아온 셈이다.
거래금액도 줄었다. 올해 4월 13조478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뒤 10조원 안팎의 거래금액을 유지해왔다. 특히 6~7월에는 거래량이 줄었음에도 토지가격 상승 영향으로 10조원이 넘는 돈이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8월 들어 8조6741억원으로 줄었고 9월은 현재 신고분 기준 4조9494억원으로 5조원을 밑돌고 있다.
토지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호황을 누렸다.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자금이 토지시장으로 적극 유입된 여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금씩 가라앉는 분위기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올해 2분기 고점과 비교해 큰 폭은 아니지만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줄어들고 있다”며 “정부의 토지 규제 등이 일부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LH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단기 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인상하는 등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투기적 토지거래 유인을 차단하겠다는 차원에서다.
양도세 중과 등은 내년부터 적용되지만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이미 시행됐고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취득할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입법 예고를 마쳤다. 비교적 자유로웠던 토지시장에 규제가 하나 둘 적용되면서 투자 수요가 어느 정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연말까지는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름철에는 토지 거래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역대 토지 거래 흐름을 살펴보면 7~9월에는 다른 달에 비해 거래량이 적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