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선물 연일 최저가경신 물류·철강 등 대부분 업종 수혜

정유·석유화학은 수익률 하락 해양플랜트 사업도 불안불안 태양광업체 등 체질개선 분투

1980년대 중후반 ‘3저 호황’을 달궜던 주역은 단연 낮은 국제유가였다. 원유를 100% 수입해 썼던 한국경제도 유가하락에 힘입어 쑥쑥 성장했다. 1987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1.1%에 달했다.

그러나 2014년 도래한 저유가는 글로벌 불황과 함께 찾아왔다. 국제원유 공급량은 늘어나는데 경기 불황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국제원유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않고 가격을 내리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유가 하락세를 부채질하고있다. 올해 최저가 기록을 연일 경신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1일(현지시각) 배럴당 79.1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92달러 하락했다. 7일 배럴당 79.67달러로 올해 현재까지 최저점을 찍은 이후 79달러 선마저 위태로워진 셈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소비자들과 항공ㆍ물류업계는 박수를 치지만, 정작 우리 경제와 산업계에는 썩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저물가,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원유를 수입해 휘발유ㆍ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정유업계는 당장 수익이 하락해 신음하고 있다.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들면서 유가 하락폭보다 석유제품 가격 하락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세계 경기회복 둔화와 수요부진 탓에 저유가가 달갑지않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연구조사본부장은 “원유와 나프타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석유화학 제품가격 하락세가 더욱 빠르다. 회사 실적도 덩달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중공업의 한 축인 해양플랜트 사업도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국제유가가 높아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이 해양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 유가가 하락하자 발주량이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기업들의 투자동력이 낮아지면서 개화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제원유가가 하락하면서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낮아지는 시기를 뜻하는 ‘그리드패리티’가 한발짝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던 전기차와 2차전지 사업도 장기적으로 악재를 맞게 됐다.

2차전지를 만드는 대기업 관계자는 “자동차업체들이 휘발유ㆍ경유 연비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가 추가 하락하면 2차전지 개화 시점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황 속 저유가 악재를 맞은 기업들은 원유 도입선 다변화, 원가절감, 체질개선 작업을 병행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태양광업체들은 유가 하락폭만큼 태양광 발전원가를 낮추기위해 공정효율화, 공장증설 등을 통해 제조원가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2차전지,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들은 소재,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배가하는 한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해양 및 육상플랜트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발주량이 많은 상선 분야에서 수익성을 제고하고, LNG액화플랜트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신사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