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필요성 소명 안돼 보강수사 필요
‘녹취록’ 외 뚜렷한 증거 없다는 방증
金 조사 하루만에 서둘러 영장도 의아
“수사ABC 있는데...계좌추적 잘되는지”
조만간 귀국 남욱, 수사변곡점 될수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구속영장 기각으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에 의존하던 수사팀으로선 보강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15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 위해선 보강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적 여건을 고려할 때 김씨의 뇌물 수수 당사자이자 배임 혐의 공범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구속 기소 전 영장 재청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 만료일이 오는 20일이어서 그 이전에 기소돼야 하는데,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 김씨 관련 내용을 적는 작업도 꼬이게 됐다.
김씨 구속영장 기각이 검찰로서 뼈아픈 건 범죄 혐의 소명 단계부터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있는 경우를 구속 요건으로 하는데 구속에 필요한 1단계부터 막힌 셈이다. 구속영장 발부의 경우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정도의 혐의 소명까지 요구하는 것이 아닌데도 검찰은 법원에 김씨 구속수사 필요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11일 김씨가 조사를 받고서 12일 새벽 귀가한 뒤 만 하루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부터 검찰이 과도하게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란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밝힌 당일 청구된 터라 ‘검찰의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많다.
김씨 변호인들은 김씨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 “조사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변호인들은 김씨 조사 당시 이 사건의 핵심 자료로 쓰이는 ‘정영학 녹취록’을 보여달라고 했는데, 검찰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김씨 영장 기각으로 되레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김씨, 유 전 본부장과의 대화 녹음파일 등 자료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점만 확인된 셈이다.
유 전 본부장 휴대전화 압수수색에서도 검찰은 이미 허술한 점을 보였다. 검찰 압수수색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졌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검찰은 “주거지 내외부 cctv를 확인한 결과 압수수색 전후로 창문이 열린 사실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증거인멸 의혹 고발사건을 접수한 당일 이 휴대전화를 찾아 확보했다.
거듭된 허점 노출을 두고 법조계에선 첫 단추부터 잘못 꿰면서 검찰이 더 조급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서 별도의 기초 조사 없이 유동규 전 본부장부터 불러 조사하고 구속했는데 핵심 인물을 너무 일찍 불렀다”며 “계좌추적은 제대로 되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흔히들 수사에 ABC가 있다고 하는데 이 ABC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도 어디서 구멍이 날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 김씨와 함께 대장동 사업 핵심 3인방 중 한명으로 꼽히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도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남씨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관 합동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인 2009년부터 이미 대장동 사업에 뛰어든 초기 멤버 중 한 명이다. 2015년 로비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사업 주도권을 김씨에게 빼앗긴 인물인 만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신빙성과 관련해 중요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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